국제유가가 7주째 상승, 2월 이후 최고가를 기록하면서 내년 하반기 전기요금이 인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발전연료 가격 등 원가 변동을 분기 단위로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내년 1월부터 시행하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 상반기에는 올해 기록적인 저유가 반영돼 전기요금이 내려가겠지만 최근 유가 오름세를 보면 하반기 인상 가능성은 적지 않다.
20일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이달 18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0.74달러 상승한 49.1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7주째 상승을 이어나간 유가는 코로나19 사태가 본격적으로 발생하기 전인 2월 25일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
한국으로 수입하는 원유의 기준인 두바이유 가격도 이달 11일 9개월 만에 50달러대로 올라선 뒤 18일에는 51.11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연평균 41.36달러보다 10달러 이상 높다.
국제유가 상승은 미국 추가 경기 부양책과 석유 수요 회복 기대감, 미국의 원유 재고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감소한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문제는 이 같은 국제유가 오름세가 내년 하반기 전기요금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정부는 최근 '연료비 연동제'를 골자로 한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을 발표, 당장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연료비는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유류의 무역 통관 가격을 기준으로 산정되는데, 이들 연료 가격은 유가와 연동된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연료비도 5∼6개월 차이를 두고 올라가고 이에 연동하는 전기요금도 시차를 두고 인상될 수밖에 없다.
내년 상반기 전기요금은 코로나19 여파로 유례없이 낮아진 올해 유가가 반영돼 내려가겠지만, 하반기부터는 다시 올라갈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국제유가 전망치를 내년 상반기에는 배럴당 평균 44.8달러, 하반기에는 48.0달러로 예측했다. 그러면서 전기요금 인하 효과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 관계자는 "주요 국내외 기관들은 내년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이하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다만 내년 이후의 국제유가는 현재로서는 전망하기 어려워 전기요금 인상 여부나 그 수준을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백신 개발 등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고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타면 유가는 정부 전망치보다 더 크게 오를 가능성도 있다.
우드맥킨지는 "내년 세계 경제 회복으로 석유 수요가 660만 b/d(하루당 배럴) 증가하는 특별한 해가 될 것"이라며 "내년 말 유가는 배럴당 55달러(브렌트유 기준)를 웃돌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전기요금의 급격한 인상·인하에 따른 소비자 피해와 혼란을 막기 위해 3중의 보호장치를 마련했다"며 "유보 권한 등 소비자 보호장치를 활용해 급격한 인상은 적극적으로 방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