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가 건물 앞에서 내리고, 자율주행차 스스로 주차장을 찾아 주차를 완료한다면?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LG유플러스가 17일 세계 최초 5G 자율주차 공개 시연에서 보여준 모습이다.
이날 공개 시연은 서울시 상암 5G 자율주행 시범지구에서 진행됐다. 차종은 지난해 3월 선보인 차량과 동일한 5G 자율주행차 ‘A1(에이원)’이다. A1에서 내린 운전자는 모바일 앱으로 근처 주차장을 찾고, 앱 화면에서 빈 주차 공간을 터치한다. 자율주행차는 건물에서부터 상암1공영주차장까지 약 800m 거리를 5분간 이동한다. 지정받은 주차공간에 후진 주차해 자리를 잡고 시동을 끈다. 운전자의 모바일 앱에서는 주차 완료를 알리는 메시지가 뜬다.
이날 시연은 한 번쯤 꿈꿔본 ‘나만의 AI 운전기사’가 현실화됐음을 보여줬다. 일종의 ‘자율 대리주차’ 기술이 완성된 것이다. 통제되지 않은 도로와 공영 주차장에서 5G 자율 주행과 주차 기술을 연계해 선보인 것은 글로벌 시장에서 처음이다.
자율주차 기술은 지난해 10월 LG유플러스가 차량의 무인 원격호출 기술을 선보인 이후 약 1년 만에 이룬 성과다. LG유플러스는 한양대학교 자동차전자제어연구실 에이스랩, 자율주행 솔루션기업 컨트롤웍스와 함께 기술 시연에 성공했다.
선우명호 한양대 교수는 지난해보다 진일보한 자율주행 기술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그는 “작년 자율주행 시연은 자율주행이 아닌 차들과 섞여 원하는 구간을 주행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며 “당시는 모든 교통 신호를 카메라로 인식했는데 이번에는 통신으로 인식해 카메라 의존도를 낮췄다”고 밝혔다.
다만, 이날 시연에서는 주차장으로 이동 중에 다른 차가 지정된 주차 공간에 주차했을 경우와 같은 변수는 고려되지 않았다. 선우명호 교수는 “중간에 다른 차가 주차를 하면 실시간으로 그 정보를 업데이트해 얻어야 하는데 그런 사례들은 담지 않았다”며 “오늘 선보인 기술은 다양한 시나리오로 분화할 때 가장 기본이 되는 기술”이라고 설명해다. 이어 “각각의 케이스마다 나타나는 문제는 차후에 풀어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시연 전에 5G 자율주행차 A1은 137회의 비공개 실증을 거쳤다.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공개 시연은 원래 지난달로 예정돼 있었으나 코로나19 영향으로 내달 보름께로 미뤄졌다. 선우명호 교수는 “137회 실증에 참여한 분 중 93%가량이 ‘가장 먼저 만나보고 싶은 기술’이라고 평했을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했다.
LG유플러스는 통신사의 장점을 최대로 활용해 자율주행 산업에 이바지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강종오 LG유플러스 모빌리티사업담당은 “통신사의 장점은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을 알고 있다는 점”이라며 “고객들이 겪는 모든 환경을 엮어 자율주행과 연관된 삶의 퍼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향후 자율주행 관제 플랫폼 개발에도 나선다. 주영준 LG유플러스 미래기술개발 담당은 “누적된 데이터로 2022년 중반 오픈랩도 열 것”이라며 “자율주차 등으로 확보한 기술은 드론, 도심항공교통(UAM)에도 적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다만 LG유플러스는 경쟁사인 SK텔레콤이 모빌리티 사업단을 분사하는 것과 달리 통신 사업자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강종오 담당은 “사업을 바라보는 전략에 따른 차이”라며 “경쟁사는 모빌리티 사업을 분사해 플랫폼 서비스로 확장하지만, 저희는 통신사업자 역할에 충실해 서비스 사업은 전략적 제휴로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가 현재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부분은 카카오, 정밀지도는 현대엠엔소프트와 협력하고 있다. 자율주행버스 사업에서는 미국 실리콘벨리 기업인 블루스페이스와 손을 잡았다.
선우명호 교수는 “코로나19로 언택트 시대가 빨리 자리 잡았다”며 “사람과 접촉이 금기시된 상황에서 자율 대리주차 시대가 오면 엄청난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아가 향후 장애인·고령자·임산부 등 교통 약자들을 위한 서비스로도 큰 역할을 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