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병상 부족 현상이 심화하자 서울시가 8개 대학에 도움을 요청했다. 관건은 생활치료센터로 활용할 기숙사의 대체 숙소 마련 여부다.
17일 서울시와 대학가 등에 따르면 연세대ㆍ이화여대ㆍ고려대ㆍ건국대ㆍ경희대ㆍ한양대ㆍ서울대ㆍ중앙대학교 등에 기숙사를 생활치료센터로 활용하게 해달라는 내용의 협조 공문이 발송됐다. 이미 서울시립대는 서울시의 요청에 따라 방학기간 동안 기숙사를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로 개소하기로 했다.
서울의 병상 부족 현상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전날 오후 8시 기준 서울 감염병 전담병원 병상가동률은 86.1%로 나타났다. 서울시 중증환자 전담치료 병상 80개 중 사용 중인 병상은 79개로 현재 입원할 수 있는 병상은 1개다.
특히 12일 확진된 서울시 거주자가 병상 배정을 기다리던 중 15일 사망하자 '병상 대란'이 현실화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병상배정을 기다리다 사망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사망자는 60대로 기저질환이 있었다.
서울시는 병상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현재 서울시는 직접 운영하는 10개소 2209병상에 더해 전날까지 11개 자치구에 1045병상을 추가로 확보했다. 자치구 생활치료센터의 경우 18일까지 나머지 11개소에 857병상을 추가로 확보할 예정이다.
더불어 서울시는 기숙사 제공의 뜻을 밝힌 서울시립대에 520병상을 설치하기로 하고 실무협의에 들어갔다. 서울 시내 주요 대학에는 관련 내용 설명을 마쳤다.
대학들은 난감한 표정이다. 가장 큰 문제는 졸지에 숙소가 없어질 학생들의 반발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경기대에 긴급동원 조치를 하자 대학생 커뮤니티에는 "공지도 없이 도지사 말 한마디로 동원되느냐", "미리 동의를 구한 것도 아니고 추후 대책을 마련해주지도 않았다" 등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에 경기도 관계자는 "대학 측과 사전협의를 통해 결정했고, 학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숙사에 거주하는 학생들을 모두 이주 조치 중이거나 이주를 완료했다"며 "집으로 가는 학생들을 위해 전세버스를 마련해 수송했다"고 해명했다.
서울시립대 총학생회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임시 거주지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총학생회는 "방학 기간에 500여 명이 넘는 학생들의 입주가 예정된 상황"이라며 "갑작스러운 생활치료센터 전환으로 거주에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울시는 해당 학생들에게 임시 거주지와 교통비를 보장하고 생활에 지장이 없게끔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기숙사마다 겨울방학 동안 거주할 인원이 어느 정도 정해진 상태"라며 "이 학생들이 어디서 생활해야 할지, 시가 어떤 지원을 해줄지에 따라 협조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대학들과의 협의 과정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도 대체 숙소 마련 요구에 동의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3개 대학으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다"며 "대학교 내 구성원들의 이해와 양해 과정이 필요하므로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구체적인 대학 명칭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논의가 끝나면 공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학 기숙사를 생활치료센터로 사용하게 되면 학생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학교 인근에 대체 숙소를 마련하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