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고용상황이 또다시 최악의 지표를 보였다. 통계청이 16일 발표한 고용동향에서 지난달 취업자는 2724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27만3000명 줄었다. 취업자 감소폭이 10월의 42만1000명보다 축소됐지만 올해 3월부터 9개월 연속 뒷걸음질이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16개월 연속 취업자가 쪼그라든 이래 가장 오랜 기간 ‘고용절벽’이 지속하는 양상이다.
실업자는 96만7000명으로 1년 전보다 10만1000명 늘고, 실업률이 3.4%로 0.3%포인트(p) 상승했다. 11월 기준으로 2004년(3.5%) 이후 가장 높다. 15∼29세 청년층 실업률도 8.1%로 1.1%p 치솟았다. 이들의 체감실업률을 나타내는 고용보조지표3이 4.0%p 오른 24.4%를 기록했다.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비경제활동인구가 1667만5000명으로 43만1000명 늘었는데, 일할 의사가 있지만 직장을 못 구해 ‘그냥 쉬는’ 인구가 235만3000명, 아예 구직을 포기한 ‘구직단념자’가 63만1000명으로 모두 사상 최대 수준이다. 이들의 절반이 20대다.
업종별 취업자는 코로나19 충격이 큰 대면서비스 업종인 숙박·음식점업(-16만1000명), 도·소매업(-16만6000명)과 제조업(-11만3000명)에서 많이 감소했다. 반면 공공행정·국방·사회보장행정(15만2000명), 보건·사회복지서비스(11만4000명)가 늘었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이 37만2000명 증가한 것 말고, 15∼29세(-24만3000명), 30대(-19만4000명), 40대(-13만5000명), 50대(-7만4000명) 등 경제활동 주력 계층 취업자가 모두 큰 폭 줄었다. 정부가 예산을 투입하는 노인들의 공공일자리로 고용시장을 떠받치는 상황이 여실히 드러난다. 고용의 질 또한 계속 악화하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인 제조업 취업자가 줄곧 감소했고, 주 36시간 이상 취업자도 작년보다 115만4000명(-5.3%) 줄었다.
12월 고용은 더 악화할 공산이 크다. 코로나19의 3차 유행이 가속화하면서 다시 고용시장에 직격탄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심각한 상황에 대한 정부의 인식은 안이하기 짝이 없다. 이날 관계장관회의 참석자들은 11월 취업자수가 일시적으로 호전된 점이 긍정적이라며 “다른 나라보다 우리 고용상황은 양호한 수준”으로 평가했다. 한심하다. 당장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다음 달 고용시장 충격이 가시화할 경우 뭐라고 얘기할 건가.
고용상황은 더 나빠질 게 분명하다. 나아질 희망도 갖기 힘들다. 일자리는 결국 기업이 만들고, 투자가 살아나야 고용의 여력이 생긴다. 그럼에도 정부는 위기를 아랑곳 않고 끊임없이 기업의 숨통을 죄는 규제만 쌓고 있는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