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보급 지연’ 시 가장 큰 충격 우려
바이든 사임할 수도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에릭 로버트 스탠다드차타드(SC) 글로벌리서치 책임자는 이날 금융시장 서프라이즈에 대한 연례보고서에서 미국 민주당의 상원 장악, 석유수출국기구(OPEC) 분열에 따른 유가 급락 등 시장이 깜짝 놀랄만한 8개의 일어날 것 같지 않은 블랙스완 후보를 공개했다. 블랙스완은 일어날 가능성이 극단적으로 매우 희박하지만 일어나면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이벤트를 뜻하는 말로,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지난 2007년 ‘블랙스완’이라는 저서에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고하면서 두루 쓰이게 된 용어다.
로버트 책임자가 꼽은 첫 번째 위험 요소는 민주당이 상원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성공하는 시나리오다. 내년 초 미국 민주당이 조지아의 상원 2석 결선 투표에서 승리한다면, 미국은 민주당이 대권과 상하원 의회를 모두 싹쓸이하는 ‘블루웨이브’가 현실화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민주당의 증세나 기술 부문을 표적으로 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손쉽게 추진될 수 있으며, 이는 기술주 하락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법인세 인상, 정보·기술(IT) 산업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아울러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갑작스럽게 개선될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 이때 중국이 자국 기업과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높이기 위해 위안화의 절상에 동의한다면, 위안화는 미국 달러당 6위안까지 가치가 오를 수 있다고 SC는 내다봤다.
뒤이어 로버트 책임자는 금융 및 재정 부양책으로 이한 경기 과열에 따라 투자자들이 실물 자산의 상승을 예측, 구리와 같은 상품 시장에 대거 몰려들 수 있다고 봤다. 이렇게 될 경우 이미 천정부지로 뛰고 있는 구리 가격이 내년에 50% 더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다. 구리 가격은 지난주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뒤 연초 대비 계속해서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국제 원유 시장을 쥐락펴락해 온 중동 석유카르텔의 분열 가능성도 내년에 저평가되고 있는 위험 요소로 꼽혔다. 이미 OPEC 회원국 중 일부는 재정을 보존하기 위해 합의된 공급 범위를 지키지 않으면서 공조 체제에 금이 가고 있다. 이들이 계속해서 사분오열할 경우 원유 가격은 배럴당 20달러대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이밖에도 △유럽 재정 부양책 좌절 △미국 재무부의 강달러 정책 포기에 따른 달러 급락 △신흥 시장 채권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시위와 사회 불안에 따른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사임 등이 ‘검은 백조’를 몰고 올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 요소로 지목됐다.
하지만 로버트 책임자의 관점에서 무엇보다 가장 큰 충격을 몰고 올 수 있는 위험은 단연 ‘백신 보급의 지연’이다. 올해 시장은 팬데믹으로 인해 큰 충격을 받았지만, 당국에 의한 재정 동원과 금융 완화 등의 긴급 지원으로 시장을 뒷받침 할 수 있었다. 내년에는 성장과 인플레이션 회복 등의 기대 속에서 수익률 곡선이 가팔라지고, 채권 가격은 오르며, 달러는 하락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백신 보급이 지체된다면 역대급 충격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전망이다.
※용어설명
◇블랙스완:가능성이 지극히 낮아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과 파급효과를 불러오는 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