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성·편향성 논란이 일었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최소인원만 채운 채로 강행됐다. 향후 법정공방 등이 예고되면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 국면은 지속될 전망이다.
15일 검사징계위원회는 정부과천청사에서 오전 10시 30분부터 정한중 위원장 직무대리(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비롯한 징계위원과 윤 총장 측 법률대리인 이완규 변호사, 증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2차 심의를 진행했다.
1차 심의에 이어 윤 총장 측과 징계위는 징계위원 구성을 두고 대립각을 세웠다. 이 변호사는 정 위원장과 신성식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에 대해 기피신청을 했다.
이 변호사는 정 위원장이 윤 총장에 대한 징계청구가 이뤄진 뒤 위촉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의사를 반영할 인물인 만큼 공정성 우려가 있다며 기피 의사를 밝혔다.
이 변호사는 “징계 사유 중 정치적 중립성 관련 예단을 보이는 언급을 해 공정성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신 부장에 대해서도 “징계혐의 중 채널A 사건의 관계자로 공정을 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징계위는 별다른 이유를 밝히지 않고 윤 총장 측 신청을 기각했다. 징계위원 7명을 채워달라는 윤 총장 측의 요청도 거부했다.
징계위는 징계청구권자인 추 장관이 배제되고 민간위원 1명이 불참하면서 10일 5명 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1차 심의를 시작했다.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은 이날 기피신청 의결 정족수를 채운 뒤 스스로 회피했다. 정 위원장과 신 부장을 비롯해 이용구 법무부 차관, 안진 전남대 교수 등이 윤 총장의 징계를 심의했다.
이후 윤 총장 측은 “검찰청에 있어 검찰총장의 지위의 중요성에 비춰 위원회 구성의 공정성이 엄격하게 강조돼야 한다”며 7명의 위원을 통한 심리가 이뤄질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날 증인심문은 예정보다 줄어든 5명에 대해서만 진행됐다. 징계위는 직권으로 결정했던 심 국장의 증인심문을 취소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는 불참했다.
징계위에는 손준성 수사정보담당관, 류혁 법무부 감찰관, 박영진 울산지검 부장검사, 한동수 감찰부장, 이정화 대전지검 검사가 증인으로 참석했다. 윤 총장 측 특별변호인단도 참여해 직접 증인심문을 진행 중이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은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 측은 징계 결과에 대해 적극적으로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추 장관의 직무정지 조치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과 마찬가지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총장 임명권을 고려해 법원이 윤 총장 측 집행정지 신청 등을 받아주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검찰총장에 대한 인사권이 없던 추 장관이 사실상 해임과 같은 조치를 했던 것과는 결이 다르다는 시각이다.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검찰 조직의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윤 총장의 임기와 함께 단행된 인사를 비롯해 전·현직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 과정에서 검찰을 떠난 인사가 적지 않다.
최근에는 추 장관 측근으로 분류되던 고기영 법무부 차관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김욱준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가 사표를 냈다.
일부 검찰 고위 간부에 대한 불신임 가능성 등 이번 사태를 두고 검찰 내부의 조직적인 움직임이 다시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수장의 거취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고위공직자수사처 출범, 검경수사권 조정 등 굵직한 사안이 기다리고 있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지금 검찰이 준비할 게 많은 상황"이라며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대립 사태가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어 상당히 위태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윤 총장은 징계위를 앞두고 이례적으로 지지자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윤 총장은 이날 오전 대검으로 출근하던 중 잠시 차에서 내려 자신을 지지해주는 시민들에게 “그동안 여러분들이 응원해주신 것 아주 감사한데 오늘부터 강추위가 시작되니까 이제 나오지 마시라”고 말했다.
이어 “너무 날씨가 추워지니까 이제 그만하셔도 내가 마음으로 감사히 받겠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출근길이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인사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