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제조업 인력구조가 급속하게 고령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로 꼽히는 일본보다도 그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며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15일 1999년부터 2019년까지 20여 년간 ‘한국과 일본의 제조업 고령화 추이’를 비교한 결과, 한국의 제조업 근로자 평균연령은 1999년 35.5세에서 2019년 42.1세로 6.6세 높아졌지만, 일본은 40.4세에서 42.7세로 2.3세 증가했다.
1999년 한국의 제조업 근로자는 일본보다 4.9세 젊었으나, 2019년에는 차이가 0.6세로 좁혀졌다. 한국의 제조업 근로자가 일본보다 증가 폭 기준으로 2.9배나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 기간 제조업 근로자의 평균연령 연평균 증가율을 계산하면 한국은 0.86%, 일본은 0.28%로, 한경연은 이 속도대로라면 2022년부터는 한국 제조업 근로자가 일본보다 고령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주력산업인 제조업의 급속한 노령화는 생산성 하락에 따른 잠재성장률 저하를 야기하고, 특히 한국의 호봉급 위주의 임금체계와 노동시장 경직성을 고려할 때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과 신규채용 여력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추 실장은 “인력 고부가가치화와 성과·직무 중심으로의 임금체계 개편, 노동시장 유연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국의 제조업 근로자를 연령대별로 보면, 한국은 청년층(15∼29세) 비중이 1999년 32.0%에서 2019년 16.0%로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경제 허리인 30·40 비중은 30대가 6.3%포인트(p) 감소하고, 40대는 3.6%p 증가해서 총 2.7%p 줄어들었다.
반면 50·60 비중은 크게 늘었다. 50대는 한 자릿수인 8.4%에서 22.4%로 14.0%p 늘었고, 60세 이상은 1.7%에서 6.4%로 4.7%p 증가했다.
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청년층 비중이 줄었으나 감소 폭이 6.4%p에 그쳐 한국보다는 양호했다. 30·40 비중을 보면 30대는 1.2%p 감소했고, 40대는 3.7%p 증가하면서 총 2.5%p 늘었다. 50·60도 비중이 모두 증가한 한국과 달리 일본은 50대 비중이 23.9%에서 22.4%로 1.5%p 줄었고, 60대는 3.0%에서 8.4%로 5.4%p 증가했다.
이 같은 고령화 추세에 한국 제조업은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 일본의 연령별 임금 추이를 보면 한국은 전반적으로 일본보다 임금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저연령층보다 고연령층에서 임금 증가속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력구조의 급속한 고령화가 한국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킬 우려가 크다는 의미다.
한국의 1999년 대비 2019년 임금을 보면, 전(全) 연령대에서 임금이 2배 이상으로 증가했는데 그중에서도 50대가 3.14배로 가장 높았고, 60세 이상(2.77배)도 40대(2.88배)에 이어 임금증가 속도가 세 번째로 빨랐다.
반면 청년층(15∼29세)은 2.72배, 30대는 2.48배로 나타나 젊은 연령층의 임금 증가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렸다.
일본은 전반적으로 임금 변화가 크지 않았다. 30대 및 60세 이상 연령대에서는 1999년 대비 2019년 임금이 각각 0.97배, 0.98배로 줄었고, 40대에서는 임금 변화가 없었다. 청년층(1.18배) 및 50대(1.07)에서만 임금이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연은 한국에서 저연령층보다 고연령층의 임금이 빠르게 오른 것은 연공서열 위주의 임금체계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한국은 근속·연령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호봉급 도입 사업장(61.8%)이 직무의 난이도·기술 위주의 직무급(38.7%)이나 숙련 정도 등을 따르는 직능급(29.5%)보다 많았다. 이에 비해 일본은 직능급(76.5%)과 역할·직무급(57.8%)을 도입한 사업장이 절반 이상이었고 연령·근속급은 47.1%로 가장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