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성의 글로벌 인사이트 원고] 바이든시대의 미-중관계 변화와 한국의 선택

입력 2020-12-13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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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명예교수, 한국국제통상학회 고문

지난 11월 21일자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당면하고 있는 대외정책 중 가장 큰 과제로 미국의 대중국 정책을 들며 기술패권시대 예상되는 미국의 경쟁우위 전략을 보도하였다. 바이든 당선인은 우선 코로나19 대응과 국내 경제의 재생에 집중할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코로나19 백신이 성공적으로 작동하고 세계가 공포에서 벗어나는 내년 상반기 이후 본격적으로 대외정책 과제에 관심을 돌릴 것으로 보인다.

선거유세 중 중국을 “나쁜 사람, 경쟁자가 아닌 친구로 대하겠다”는 중국에 대한 시각이 비난을 받으면서 바이든 당선인은 이후 중국에 대한 태도를 수정한 바 있다. 트럼프 측의 ‘순진한’ 발상이라는 비난과 오바마 시절의 외교안보 참모들의 강력한 권유가 태도 변화의 이유라고 한다. 현재 미국의 대중국 전략은 초당적 이슈로, 중국의 패권 도전을 막기 위한 본격적인 ‘중국 때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되어 있는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기업(250여 개, 2조 달러 규모)이 미국 회계관리위원회(PCAOB)의 감리를 3년 연속 통과하지 않으면 뉴욕 증시나 나스닥에서의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이 하원을 통과하여 대통령의 서명만 남겨놓은 상태이다. 그간 중국 기업들이 자국의 국가기밀법에 따라 미국의 회계기준을 유일하게 면제받아왔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이 법안은 미 증시에 상장된 중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정부와의 관련성을 의심하고 이를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또한 미 국방부가 2021년도 국방수권법(NDAA)에 부대와 장비 등 전력을 해외에 배치할 때 해당 국가의 5세대 이동통신(5G) 장비가 미칠 위험요인을 고려해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하면서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와 ZTE(중싱통신)를 지목했다고 전해진다.

바이든 시대의 대중국 전략이 독불장군식 동맹 무시의 일방조치를 취해왔던 트럼프 시대와 다른 점은 대중 견제에 있어서 동맹을 활용하여 중국을 공략하는 전략과 함께 환경, 코로나19 방역 등 공중보건과 같은 국제적 공공재 문제에 있어서는 중국과 협력을 추구하는 ‘협력과 경쟁’의 양면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는 점이다.

과거 구소련과의 1차 냉전이 이념 대립과 핵무장 경쟁에 있었다면 중국과의 2차 냉전은 기술경쟁, 특히 반도체, 데이터 보안, 5G 이동통신망, 인터넷 표준, 인공지능(AI)과 퀀텀 컴퓨팅 등 정보기술 경쟁 양상을 띠고 있다. 중국과의 패권경쟁이 이러한 ‘상호연결성’의 기술경쟁으로 바뀜에 따라 바이든 시대에는 동맹의 중요성, 특히 유럽, 일본 및 한국과의 동맹을 더욱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결성은 동맹을 통한 망 외부성(network externality) 확보와 규모의 경제 활용을 가능하게 하고, 이는 표준 경쟁과 더불어 경쟁우위의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미·중 관계는 트럼프 시대의 폐쇄적, 일방주의적 조치보다는 협력과 경쟁이 공존하는 고도의 전략적 고려하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대응하여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의 재가입을 통해 환태평양 경제권에서의 주도권 확보를 노리고, 별도로 미국 주도의 경제번영네트워크(EPN) 형성에 유럽을 포함한 동맹국을 상대로 경제통합을 제안할 가능성도 있다. 거대한 시장과 저렴한 생산비를 앞세운 중국의 협박과 주변국에 대한 위압적 태도, 그리고 미국의 동맹 참여 요구 속에서 한국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다.

중국이 미국 및 동맹에 대응하기 위하여 러시아와 손잡고 유엔 제재를 노골적으로 어기면서 북한에 경제적 교류와 원조를 제공하고, 북한이 핵실험을 재개하고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면 한반도 상황은 심각해질 수 있다. 북한의 핵 개발을 중국에 대한 위협으로 생각하지 않고 한반도를 주한미군에 맞설 수 있는 완충지대로 보는 중국이 미국 편을 드는 한국 주도의 한반도 통일을 바라지는 않을 것 같다. 우리의 선택은 시장 확보냐 안전 보장이냐의 차원을 넘어서는 고차원의 딜레마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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