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세 번째 연기한 것을 두고 양측이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놨다.
ITC는 9일(현지 시각) 10일로 예정된 최종 판결일을 내년 2월 10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앞서 10월 5일에서 26일로 미뤄지고, 또다시 이달 10일로 연기한 데 이어 세 번째다.
ITC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연기한 배경에 대해서는 따로 덧붙이지 않았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연기 결정 이유에 대해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놨다.
LG화학의 배터리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은 입장문을 내고 "올해 ITC 판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 등으로 50건 이상 연기된 바 있어 같은 이유로 본다"고, SK이노베이션은 "위원회가 본 사안의 쟁점인 영업비밀 침해 여부와 미국 경제 영향 등을 매우 깊이 있게 살펴보고 있다"고 각각 풀이했다.
앞서 예비 심결에서 이겼던 LG에너지솔루션은 외부적 변수에, 판을 뒤집어야 하는 SK이노베이션은 내부 결정 과정에 초점을 두고 있는 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외부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여파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국제특허 소송에 대해 잘 아는 한 법조계 관계자는 "ITC에서는 연방지방법원의 특허침해소송과는 달리 기간연장이 거의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조속히 결정이 내리지는 편이고, 그것이 ITC의 최대 장점"이라며 "위원회 내부의 문제라기보다는 외부 변수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ITC는 코로나19 수준에 따라 국면을 3단계로 나눠 조사 등 관련 업무 범위를 조절해 운영하는 상황이다.
단, 이번 결정에는 코로나19뿐만 아니라 LG에너지솔루션 법인분할 이후 소송 당사자 등록 등 절차적인 문제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앞서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을 소송 당사자에 추가하는 등 요청에 대해 위원회가 아직 답변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에 최종 판결이 2개월가량 늦춰지면서 업계에서는 그 전에 양측이 합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소송 비용 등 리스크가 장기화하면서 SK이노베이션뿐만 아니라 막 새로 출발한 LG에너지솔루션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이날 양측의 입장문에서는 온도 차가 드러났다.
SK이노베이션은 "소송이 햇수로 3년에 걸쳐 장기화하면서 이에 따른 불확실성을 없앨 수 있도록 양사가 현명하게 판단하여 조속히 분쟁을 종료하고 사업 본연에 매진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합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에 반해 LG에너지솔루션은 "계속 성실하고 단호하게 소송에 임하겠다"고만 밝히고 합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전 연기 결정에 대해서는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고 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