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등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내년 스마트폰 전략이 서서히 베일을 벗고 있다. 미국 정부 제재로 점유율 급감이 예고된 화웨이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예년보다 전략 제품 출시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 특징적이다. 여기에 폼팩터ㆍ가격대 등을 다양화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통해 판매량을 극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내년 상반기에 한두 달가량 이른 시기에 전략 스마트폰 제품을 선보일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1월 갤럭시S21 출시를 앞두고 있다. 외신 등에선 내년 1월 14일 언팩, 같은 달 29일 공식 출시를 유력하게 점치고 있다. 올해 2월 언팩 행사에서 갤럭시Z플립 등 신제품을 선보였던 점을 고려하면 한 달 정도 빠른 일정이다.
출시일이 다가오면서 갤럭시 S21의 각종 스펙과 실물 사진도 유출된 상태다. 이에 따르면 노트 시리즈에만 포함된 S펜과 처음으로 호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점을 들어 업계에선 내년엔 갤럭시 노트 시리즈와 S 시리즈가 합쳐진다는 관측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여기에 최근 주목받고 있는 폼팩터(기기 형태)인 롤러블폰의 윤곽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렛츠고디지털 등 외신은 최근 삼성전자가 롤러블 제품인 갤럭시 Z롤(Roll, 가칭)을 내년 출시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이재용 부회장이 롤러블폰으로 추정되는 단말을 쥔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렇게 되면 갤럭시S+갤럭시노트, 갤럭시Z플립ㆍZ폴드 시리즈 등 폴더블폰, 롤러블폰, 갤럭시 MㆍA로 대표되는 중저가 제품이 공백 없이 출시될 수 있다. 업계에선 새로운 폴더블폰 제품 출시 시기가 내년 하반기로 점쳐지는 만큼, 나머지 제품이 상반기에 차례로 시장에 나오며 판매량을 견인할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 역시 내년 상반기 'LG 레인보우(가칭)'와 '롤러블폰' 등 전략 제품을 예년보다 이르게 선보일 예정이다.
LG 벨벳 후속작으로 알려진 바 형태의 스마트폰 LG 레인보우는 1분기 내 출시가 유력하다. LG 벨벳이 올해 5월 시장에 나온 점을 고려하면 두 달 넘게 빠른 일정이다.
비슷한 시기 LG 롤러블도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최근 안드로이드 개발자 사이트에 롤러블 스마트폰용 에뮬레이터(장치 특성을 복사하거나 똑같이 실행하도록 설계된 장치)가 공개되면서 평소 6.8인치, 펼치면 7.4인치 규격도 공개된 상태다.
이는 올해 LG전자가 확립한 스마트폰 전략에 따른 것이다. 올해 하반기 LG 윙을 기점으로 LG전자는 스마트폰 제품을 기존 프리미엄 스마트폰 제품인 ‘유니버설 라인’과 혁신 제품인 '익스플로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제공해 소비자 선택 폭을 넓히고 있다.
이 같은 국내 스마트폰 ‘조기 등판’은 급격히 입지가 좁아진 화웨이 점유율을 뺏으려는 시도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화웨이 점유율은 올해 14%에서 내년에는 4%까지 추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출하량 30% 가까이 차지했던 중저가 라인업 아너를 매각한 데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메이트 시리즈 부품 조달도 어려운 상황이라 부진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제조사뿐 아니라 중국 경쟁사 역시 전략 제품을 조기 등판하는 전략을 줄줄이 채택 중이다. 일례로 샤오미는 전략 스마트폰 '미' 시리즈를 매년 2월 발표했지만, '미 11'의 경우 내년 1월 공개가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