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까지 생산 능력 315GWh 달성 목표
한국의 전기차 배터리 기업들이 친환경 바람이 거센 유럽 전기차 생태계의 판을 키우고 있다. 한국 기업이 유럽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자 중국, 일본에 이어 유럽 완성차 업체들까지 뛰어들면서 현지 전기차 부품 생산 능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6일 보도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지금까지 발표된 13개 전기차 배터리 업체의 유럽 내 생산 능력을 집계한 결과, 2025년까지 약 315GWh(기가와트시)에 달했다. 이는 20GWh에 그쳤던 2019년의 15배가 넘는 규모이며, 닛산자동차의 전기차 ‘리프’의 배터리로 환산하면 약 500만 대 분에 해당한다.
유럽에 전기차 배터리 생산 붐을 일으킨 건 한국 기업들이었다.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은 일찌감치 유럽의 배터리 수요 증가를 예견하고 폴란드 헝가리 등 동유럽을 중심으로 현지에 공장을 세웠다.
다음으로 중국 업체들이 따라왔다. 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이자 LG화학의 최대 경쟁자인 CATL은 독일 중부 튀링겐주에서 2022년부터 생산을 시작해 독일 BMW 등에 공급할 방침이다. 중국의 또 다른 배터리 업체 파라시스에너지도 독일 동부 작센안할트주에 진출하기로 하고 다임러로부터 출자를 받아냈다.
동북아 3개국 중에선 일본이 가장 늦게 뛰어들었다. 파나소닉은 지난달 노르웨이 에너지기업 에퀴노르와 손잡고 유럽에서 배터리 공장 건설을 검토한다고 발표했다.
파나소닉이 이 발표를 하기 전날, 중국 장성자동차에서 분사한 배터리회사 에스볼트는 독일 자를란트주에 20억 유로(약 2조6265억 원)를 들여 연간 생산 능력 24GWh의 배터리셀 공장을 건설한다고 밝혔다.
유럽에서 이처럼 아시아 기업들의 존재감이 커지자 현지 업체들도 서둘러 체제 정비에 나섰다. 폭스바겐과 BMW가 출자한 스웨덴 스타트업 노스볼트는 내년부터 스웨덴에서 배터리 양산을 시작, 2024년까지 34GWh의 생산 능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노스볼트는 독일 니더작센주 잘츠기터에 폭스바겐과 합작 공장을 세우기도 했다.
자동차 대기업 중에서는 프랑스 PSA가 에너지 회사 토탈의 배터리 자회사인 샤프트와 합작으로 ACC라는 배터리 회사를 설립, 프랑스와 독일에 각각 24GWh 생산 능력을 지닌 공장을 건설한다.
노스볼트와 PSA의 프로젝트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EC)와 독일, 프랑스 정부가 든든한 지원군이다. 2017년 EC는 불모지였던 유럽 배터리 생산에 위기감을 갖고 ‘유럽 배터리 얼라이언스’를 출범시켰다. 전기차 핵심 부품을 더는 외국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포부다. 지원 1호가 노스볼트와 PSA 프로젝트인 셈이다.
생산 능력의 확대에 맞춰 공급망도 성장했다. 독일 화학업체인 바스프는 핀란드 하르야발타시에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핀란드의 피니시미네랄그룹은 연간 17만t의 니켈과 7400만t의 코발트를 생산하는 공장을 내년부터 가동한다. 벨기에 유미코아 역시 양극재 공장을 추가 건설하고 폐기된 배터리에서 코발트와 니켈 등을 재활용하는 기술을 실용화하겠다고 밝혔다.
알트 마이어 독일 경제에너지부 장관은 “2020년대에 2만 명의 신규 고용과 세계 시장 점유율 30%를 목표로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