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논의 중인 '유통규제 강화방안'이 세계적 추세에 역행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6일 "G5 국가 유통규제 현황을 분석한 결과 규제를 없애거나 완화하는 것이 글로벌 트렌드"라며 "유통규제 강화 논의를 신중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경련에 따르면 미국은 소매점포에 대한 직접적인 유통규제가 없다. 대형유통업체들의 자유로운 진입으로 유통업체 간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그 결과 가격 인하 효과와 서비스 질 향상으로 이어졌다고 전경련 측은 강조했다.
일본은 1974년 이후 지자체가 대규모 점포의 출점 여부를 허가했고, 영업시간과 휴업 일수도 규제하는 '대규모점포법'을 시행해왔다.
최근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대규모점포법을 비관세장벽으로 제소하면서 유통규제 완화 방안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현재 대규모점포입지법은 대규모 점포의 출점을 신고제로 운영하며, 특별한 진입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영업시간도 규제하지 않는다.
전통적으로 유통규제 강국인 프랑스는 1000㎡(제곱미터) 이상 규모의 소매점포 출점을 지역상업시설위원회의 허가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기존에는 허가 기준이 300㎡ 이상 점포였지만, 경제활성화를 위해 제정된 경제민주화법은 허가 기준을 1000㎡ 이상 점포로 완화했다.
영업규제도 마찬가지다.
프랑스는 소규모 점포를 포함한 모든 점포를 대상으로 영업규제를 하고 있다. 노동법으로 오후 9시부터 오전 6시까지 영업을 규제하고, 일요일 영업도 제한하고 있다.
최근에는 1년 중 일요일 영업 가능 일수를 확대하고(5일 → 12일), 국제관광지구과 핵심 역 내부 모든 상점에서 일요일 영업을 할 수 있게 하는 등 영업규제도 완화하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유통규제가 강했던 프랑스가 글로벌 흐름에 따르고 경제활성화를 위해 유통규제를 완화한 것은 유통규제 강화 일변도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설명했다.
영국은 도심 내 출점규제가 없다. 오히려 도심 공동화를 방지하기 위해 도심 외 지역에 2500㎡ 이상 규모의 점포를 설립할 경우 도심 내 지역에 설립할 공간이 없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도심 외에 지을 때에도 도심 경계에 최대한 인접해 짓거나 도심에서 접근이 유리한 교통요지에 짓도록 하고 있다.
영업규제도 한국과는 차이가 있다. 대기업만이 아닌 소규모 점포를 포함한 모든 점포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일요일 영업시간을 규제하고 있다.
독일은 지자체별로 일정규모 이상 점포를 대상으로 출점을 규제하고 있다. 다만 출점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 사전에 출점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주요 지자체들은 주변 상권 영향을 분석해 주변 상권 매출이 10% 미만 줄 때에 출점을 허용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출점규제와 영업규제를 강화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소관 상임위원회에 올라가 있다.
지자체장은 전통시장 반경 1㎞ 안에서 전통시장보존구역을 지정, 대규모 점포와 준대규모점포의 출점을 제한할 수 있는데 전통시장보존구역을 전통시장 반경 20㎞까지 확대하는 법안이 계류 중이다.
월 2회 의무 휴업(공휴일), 심야 영업(0시∼10시) 금지 등을 적용하는 영업규제 대상도 현행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에 복합쇼핑몰, 백화점, 면세점을 추가해서 확대하는 법안도 논의 중이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유통규제 강화 방안을 논의하기 이전에, 기존의 유통규제가 변화하는 유통시장 환경에 적합한지에 대한 정책효과 분석이 필요하다”며 “지금은 프랑스, 일본 등 해외 주요 국가들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유통규제를 완화하는 글로벌 추세와 온라인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는 유통시장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유통정책을 재설계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