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4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당시 부회장)이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식 무대에 올라 직접 밝힌 포부다. 정 회장이 제네시스를 앞세워 야심 차게 추진한 고급화 전략은 브랜드 출범 5년 만에 구체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세단부터 SUV를 아우르는 제품군을 갖췄고, 고급 수입차와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했다. 해외에서 브랜드를 바라보는 눈도 달라졌다.
6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출범 5년 만에 국내에서 연간 판매량 10만대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올해 들어 11월까지 G70, G80, G90, GV80 등 제네시스 제품군은 누적 9만6084대가 판매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5만2096대)보다 84% 늘어난 수치다.
제네시스는 정 회장이 직접 기획과 인사 영입, 출범 전 과정을 챙겨 탄생한 브랜드다. 현대ㆍ기아차는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 이전에도 대중차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상태였지만, 정 회장은 고급차 시장 공략이 필요하다고 봤다. 급성장 중인 고급차 시장에 대응해야 현대ㆍ기아차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키고,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와 당당히 경쟁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 부회장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출범식 무대에 올라 “고객들은 과시를 위해 멋을 드러내기보다 자신의 멋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을 원한다”라며 “이것이 한 차원 높은 새로운 명품의 가치이며 제네시스는 이러한 시장의 변화와 고객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한다”라고 브랜드의 지향점을 설명했다.
출범 당시 세단 2종(G80, G90)에 불과했던 제네시스의 제품군은 스포츠 세단 G70, 첫 SUV 모델 GV80이 추가되며 다양해졌고, 이달에는 중형 SUV GV70이 합류를 앞두고 있다. 내년에는 전기차 모델도 출시될 예정이다.
제네시스 제품군의 판매량은 브랜드 출범 이듬해(2016년) 6만6029대를 시작으로 △2017년 5만6316대 △2018년 6만1345대 △2019년 5만6801대로 꾸준한 수요를 유지했다. 그러다 올해에는 1월에 GV80, 3월에 새로운 디자인을 갖춘 3세대 G80을 선보이며 급격한 판매 증가를 거뒀다.
국내외 고급차 시장에서의 입지도 차츰 높여왔다. 제네시스는 올해 7월 국내 고급차 시장에서 메르세데스-벤츠를 밀어내고 1위를 차지했다. 2016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후에도 제네시스는 지난달까지 9만6084대를 팔며 메르세데스-벤츠(6만7333대), BMW(5만2644대) 등 경쟁 고급차 브랜드를 크게 제쳤다.
미국에서는 시장조사기관 J.D. Power(JD파워)의 신차품질조사(IQS)에서 3년 연속 프리미엄 브랜드 1위에 올랐고, 올해 처음 평가 대상에 포함된 내구품질조사(VDS)에서도 전체 브랜드 1위를 차지했다. VDS는 차량 구매 후 3년이 지난 고객을 대상으로 품질 만족도를 묻는 조사로, 중고차 가격과 잔존 가치를 좌우하는 요소다.
제네시스는 이달 도심형 SUV GV70을, 내년에는 전기차까지 선보이며 브랜드 재도약에 나선다. GV70은 제네시스 고유의 디자인을 계승하면서도 역동성을 극대화해 더 젊은 층의 소비자를 공략할 계획이다. 내년에 선보일 전기차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도 활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