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국내·외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작가들을 선정, 신작 작품전을 선보이는 '2020 올해의 작가상' 전시가 4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개막한다.
올해 전시 참여작가는 지난 2월 국내외 전문가 심사위원단에 의해 '올해의 작가상' 후원작가로 선정된 김민애(39), 이슬기(48), 정윤석(39), 정희승(46)이다. 국립현대미술관과 SBS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올해의 작가상은 동시대 미학적, 사회적 이슈들을 다루는 역량 있는 시각예술가를 대상으로 매년 4명의 후원작가를 선정한다. 내년 2월에 최종적으로 수상자 1명을 뽑는다.
4인의 작가는 조각, 설치, 사진, 영상 분야에서 각기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김민애와 이슬기가 조형언어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미술관의 공간을 새롭게 인식,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면, 정윤석과 정희승은 인간과 삶에 대한 진지한 고찰의 시간을 제안한다.
김민애는 건축적 공간과 미술의 제도적 환경을 소재로 일상 속 사물과 공간에 개입하는 장소특정적 설치 작업을 지속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2전시실의 독특한 건축구조를 이용한 조각과 구조물로 이루어진 신작 '1. 안녕하세요 2. Hello'를 선보인다. 공간과 구조물, 작품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상황은 '조각이 주어진 환경이나 맥락과 떨어져 존재할 수 있는가'라는 작가의 오랜 질문에서 발원해 조각이, 미술이 무엇인가라는 성찰로 연결된다.
이슬기는 1990년대 초부터 프랑스에 거주하며 활동 중인 작가다. 일상용품의 조형성에 주목해 전통 공예와 민속품 등을 동시대 맥락과 연결한 작품을 선보여 왔다. 2전시실에 선보이는 신작 '동동다리거리'는 전통 건축과 공예, 민속적 요소들을 이용해 전시장을 새로운 모습으로 바꾸어 놓는다.
전시장 곳곳에는 작가의 지인들이 보내온 세계 각지의 강물이 담긴 유리 용기들이 걸려 있다. 여기에 한국 민요와 프랑스 전통 놀이 등 유희적인 요소들이 곁들여진다.
작가는 "인간이 만들어 낸 물건들의 원초적이면서도 유희적인 형태, 그리고 그것을 드러내는 인간과 자연의 근원적이면서도 신비로운 관계에 대한 작가의 오랜 성찰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시각예술가이자 영화감독으로 활동하는 정윤석은 개인의 삶과 사회적 사건 사이의 관계를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영상 작업을 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장편 영화 한 편과 사진 및 영상 설치로 구성된 작품 '내일'을 선보인다.
영화는 인간과 닮은 인간의 대체물들을 만들거나 소비, 혹은 이용하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다큐멘터리다. 영화의 전반부는 중국의 한 섹스돌 공장에서 이루어지는 노동 현장의 풍경을 보여준다. 후반부는 일본에서 인형과 함께 살아가는 인물 센지, 그리고 인공지능 로봇을 정치적 대안으로 제시하는 인물 마츠다의 이야기를 교차시킨다.
작가는 "중립적인 시선으로 담아내려 했다"며 "섹스돌 공장은 성적이고 젠더적인 갈등의 현장이라기보다 소비자는 남성인데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대부분 여성이라는 점에서 불합리한 환경을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입장도 담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정희승은 사진 이미지의 가능성과 한계를 탐구하는 작업을 지속해 온 작가인 만큼 이번 전시를 위해 사진과 글, 음악이 혼합된 설치 작품을 제작하여 동료 예술가들과 함께 나눈 삶과 예술에 대한 고민을 3전시실에 펼쳐 놓는다. 신작 '침몰하는 배에서 함께 추는 춤'과 '알콜중독자와 천사들을 위한 시'는 각각 사진과 텍스트를 주 매체로 삼으며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는 하나의 설치 작업이다.
작가가 24인의 인물과 나눈 시간과 이야기들은 그들의 모습을 담은 초상, 그들의 일상에서 추출한 사물이나 대상의 이미지, 그리고 이 작업을 하면서 나눈 대화 속 문구들의 형태로 전환된다.
정희승 작가는 "작가의 삶과 예술이 조화를 이룰 때 작가는 생존하는데 미술계는 욕망의 힘에 의해 움직인다"며 "회의감에 젖어있을 때 어떻게 삶과 밀착시킬지 고민해야 하는데, 동료 작가들에게도 이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의 작가상 2020' 심사위원은 롤리타 자볼린스키엔느(리투아니아 국립미술관 수석큐레이터), 패트릭 플로레스(필리핀대 교수, 2019 싱가포르비엔날레 예술감독), 크리스토퍼 류(휘트니미술관 큐레이터), 이영철(계원조형예술대 교수), 윤범모(국립현대미술관장, 당연직) 등 5명이 맡고 있다.
전시는 내년 4월 4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