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펙트] ② 로봇이 꿰찬 미래...인류는 어디로

입력 2020-11-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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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코로나19 팬데믹에 4000만 일자리 증발
전염병 따른 자동화 물결, 저임금 근로자에게 불리

#23년 동안 미국 샌프란시스코베이 카퀴네즈 브리지에서 통행료 징수 업무를 하던 래리 콜린스(63)는 올해 3월 상사로부터 전화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운전자와 통행료 징수원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요금소를 폐쇄한다는 이유였다. 앞으로 통행료는 차량 앞 유리에 붙은 ‘패스트랙(FasTrak)’이라는 자동결제 태그를 통해 징수하거나 차량 번호판 등록 주소로 청구한다고 한다. 콜린스를 비롯한 185명의 일자리가 모두 기술로 대체됐다.

콜린스의 사례는 기술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한 극히 일례에 불과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많은 기업과 공공기관들이 감염을 막고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인간을 기계로 대체하는 노력이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에서 코로나19 감염이 절정에 달했을 때 4000만 개의 일자리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일부는 돌아왔지만, 전문가들은 잃어버린 일자리의 42%가 영원히 사라졌다고 추정했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과 보스턴대학의 경제학자들이 최근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로봇은 2025년까지 제조업에서만 200만 명 이상의 근로자를 대체할 수 있다. 기계는 병에 걸리지도 않고, 동료를 보호하기 위해 격리할 필요도 없고, 퇴근 시간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전염병에 따른 자동화 물결은 유색 인종이나 저임금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계산원, 외식 서비스 직원, 고객 서비스 담당자 등 자동화로 가장 위협받는 15개 업종이 대표적이다. 맥킨지는 자동화가 2030년까지 미국에서 13만2000명의 흑인 근로자를 대체할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로 코로나19 발발 이후 로봇의 등장은 가팔라졌다. 로봇들은 공항에서 바닥 청소와 체온을 측정했고, 병원과 대학 식당에는 주방 보조가 등장했다. 쇼핑몰과 스포츠 경기장에는 보안경비 로봇이 빈 곳들을 순찰했다. 고객 서비스 센터들은 인간이 하던 콜센터 업무를 챗봇이나 인공지능(AI) 플랫폼 ‘왓슨어시스턴트’로 대체했다. IBM의 롭 토머스 클라우드·데이터 플랫폼 수석 부사장은 “이건 정말 뉴 노멀(새로운 정상)”이라며 “전염병이 어차피 일어날 일을 미리 앞당겼다”고 진단했다.

기본소득제 도입 논란 촉발

이론적으로 자동화와 AI는 인간을 위험하거나 단순한 작업에서 해방시키고, 더 지적이고 자극적인 업무를 수행해 회사의 생산성을 높임으로써 근로자의 임금을 인상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에는 기술이 단편적으로 배포돼 직원들은 새로운 역할로 전환할 시간이 있었다. 또 실직한 사람들은 다른 분야에서 일자리를 찾기 위해 퇴직금이나 실업수당을 사용해 재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다르다. 고용주들도 갑작스러운 정부의 봉쇄 명령에 따르느라 부득이하게 근로자를 기계나 소프트웨어로 교체해야 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마크 무로 수석 연구원은 “진짜 자동화의 문제는 로봇 대재앙이 아니다”라며 “재교육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접근성 좋고, 효율적이며, 정보에 능통하고 데이터 중심적인 방법으로 교육을 받을 수 없다는 게 진짜 문제”라고 지적했다.

AI는 인간을 갈수록 기계보다 열등한 존재로 만들고 있다. JP모건에 따르면 AI에게 대출 계약 검토를 시켰더니, 변호사가 36만 시간에 걸려 할 일을 몇 초 만에 끝내버렸다.

이는 기계 도입에 따라 향상된 생산성의 결과물을 인간에게 환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다. 대표적인 게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이 주장하는 ‘기본소득제 도입’이다. 로봇이 인간 일자리를 대체해 노동소득이 줄어들면 기본소득을 지급해야 소비가 유지되고 자본주의도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경선에 뛰어들었던 앤드루 양도 IT 기업들에서 걷은 돈으로 사람들에게 월 1000달러(약 111만 원)를 주자는 ‘자유 배당금(Freedom Dividend)’을 제안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사람들에 대한 재교육 시급

그러나 이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큰 이야기다. 일단은 기계에 일자리를 빼앗긴 사람들에 대한 재교육이 우선이다. 스웨덴의 경우, 고용주는 근로자가 재교육을 받을 수 있게 비용을 지불한다. 싱가포르 정부가 운영하는 ‘스킬스퓨처’ 프로그램은 고용주가 일정 조건을 만족하면 해당 기업에 직원교육 지원금을 인당 최대 500싱가포르달러(약 41만 원) 지급한다. 미국 정부의 ‘테네시 리커넥트’ 프로그램은 25세 이상 성인이 학사 학위 취득 등 재교육을 받으면 해당 비용을 주 정부가 내준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과거 은행에서 ATM의 등장으로 창구 직원이 대량 해고될 것 같았지만, 사실은 더 많은 텔러 고용으로 이어졌다며,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기계가 인간 전부를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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