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개인 채무자에 대한 금융지원 규모가 250조 원을 넘어섰다. 신규 대출ㆍ만기연장만 200조 원을 넘어섰는데 코로나19로 인해 경기부진이 길어질 경우 부실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2월 7일부터 이달 20일까지 금융권에서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소상공인 등을 위해 집행한 금융지원 규모는 총 235만9000건, 250조9000억 원에 달한다.
이 중 신규 대출과 만기 연장 규모는 총 198조3000억 원이다. 신규 대출이 88조1000억 원, 만기 연장이 110조2000억 원이다.
나머지 52조7000억 원은 보증 지원이다. 정책금융기관에서 신규 보증 19조7000억 원, 보증 만기 연장 33조 원의 지원이 이뤄졌다.
업종별로 보면 음식점업(43만 건), 소매업(38만 건), 도매업(29만 건) 순으로 많았고, 여행ㆍ레저업과 숙박업에도 각각 8만 건, 3만 건의 지원이 이뤄졌다.
지원 내역을 보면 정부는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에게 낮은 금리로 유동자금을 빌려주는 긴급대출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3000만 원 한도로 연 1.5%의 고정금리를 적용하는 1차 대출 프로그램의 집행액은 총 14조7000억 원이다. 정부 목표치인 16조4000억 원의 90%가 집행됐다.
5월부터 시작된 소상공인 2차 대출 프로그램은 총 2조8000억 원이 실행됐다.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대출과 보증 지원도 확대됐다.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중소·중견기업에 우대 대출을 시행하도록 해 지난 3월 16일부터 지금까지 22조6000억 원의 대출이 나갔다. 목표금액 21조2000억 원을 뛰어넘는 수치다. 수출기업에 대한 우대 보증 규모는 6조7000억 원에 달한다.
대출 원금이나 이자 상환 유예 등의 조치도 병행하고 있다.
정부는 금융권의 협조를 얻어 개인 채무자에 대해 가계대출의 원금 상환을 내년 6월까지 유예해주기로 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소득이 감소한 개인은 원금 상환을 내년 6월 이후로 미뤄달라고 금융기관에 요청할 수 있다. 다만, 이자는 내야한다.
애초 올해까지였던 지원 기간을 6개월 연장한 것으로, 지난 4월부터 약 7개월간 9925건(753억 원)의 원금 상환 유예가 이뤄졌다. 중소기업ㆍ소상공인에 대해서는 내년 3월까지 원금뿐만 아니라 이자 상환도 유예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가 이 같은 지원책을 쏟아낸 것은 코로나19로 당장 벼랑 끝에 몰린 이들을 구해야 한다는 시급성 때문이다.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유동자금을 공급해 급한 불은 끌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의 조치가 부실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충격이 장기화하면서 경기 부진 역시 길어질 경우 정부의 지원은 금융권 부실로 이어질 수 있어 대책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은 부실에 대비하기 위해 충당금을 대거 쌓고 있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이 올해 3분기까지 쌓은 충당금은 1조622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162억 원보다 1조원 이상 늘었다. 충당금은 대출을 회수하지 못할 상황에 대비해 금융사가 미리 쌓아놓는 비용으로, 충당금이 늘면 그만큼 대출채권 부실 위험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출이 많이 나간 것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을 텐데, 만기가 연장된 대출은 원금을 상황에 따라 조금씩 나눠서 갚을 수 있게 해주는 등 서서히 정상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