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자유무역협정(FTA) 중 하나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재가입하는 등 중국 중심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견제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 정부의 향후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월 취임하자마자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해 12개국이 참여한 TPP에서 탈퇴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후 일본 주도로 나머지 11개 국가가 CPTPP를 구성해 2018년 12월 협정이 발효됐지만, 미국이 빠져 반쪽자리 FTA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바이든이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만큼 다시 TPP에 가입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바이든 정부는 우선 트럼프 정부에서 약화한 국제 관계를 바로잡기 위해 세계기구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며 대중 무역 정책 또한 국제적인 리더십을 발휘해 동맹국들과 함께 간접적인 제재를 가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이 TPP에 가입하면 우리나라도 TPP에 가입하라는 요구가 거세질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달 15일 서명한 RCEP은 아세안 10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15개국이 서명한 세계 최대 규모의 FTA다. TPP 참가국의 모든 국내총생산(GDP)을 합치면 11조3000억 달러, RCEP은 26조 달러다. TPP 참가국 가운데 싱가포르, 부르나이, 말레이시아, 베트남, 일본, 호주, 뉴질랜드가 양 FTA에 모두 가입한 상태다. 아세안 국가를 빼고는 중국과 우리만 남았는데 시진핑 중국 주석은 이달 20일 APEC 정상회의에서 “CPTPP 가입 구상 역시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 주석이 바이든 행정부 출범 전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TPP 가입을 검토한다는 발언을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바이든은 아직 TPP에 대해 공식적인 발언은 없다. 다만 최근 중국이 참여한 RCEP 체결과 관련해 미국을 필두로 한 민주주의 국가들이 협력해 무역 질서의 규칙을 설정해야 한다고 견제 심리를 드러냈다.
강구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미주팀 부연구위원은 “(바이든이)당장의 가입의사는 밝히지 않고 있으나, 향후 아태 지역 내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할 목적으로 재가입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 강화된 노동 및 환경 기준을 요구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달 23일 시진핑 주석의 TPP 가입 검토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해 “CPTPP와 RCEP은 대결적인 관계가 아닌 상호 보완적”이라며 “(TPP가) 필요하다고 느끼면 들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결정할 시기는 아니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까지 TPP에 가입할 경우 우리나라의 외교적 부담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또 FTA는 우리의 경제영토라고 볼 수 있는데 TPP 가입은 우리 경제의 글로벌 진취력을 극대화할 무대라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