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베토벤의 해였는데 코로나19로 베토벤의 곡이 많이 연주되지 않아 아쉽습니다. 위그모어 준결승전에서 선보이고 우승까지 하게 한 베토벤의 현악4중주 꼭 기대해주세요." (에스메 콰르텟 배원희)
롯데콘서트홀이 매년 상주 연주자(단체)를 선정해 공연을 선보이는 '인 하우스 아티스트'를 시작한다. 55년간 국고 지원 없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와 세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현악4중주 에스메 콰르텟이 첫 주인공이다.
23일 서울 송파고 롯데콘서트홀 리허설룸에서 만난 김민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은 "처음엔 실내악 악보도 없을 정도로 힘이 부치는 상황에서 시작한 코리안챔버가 세월이 흘러 이렇게 좋은 공연장에서 실내악 단체로 연주할 수 있게 돼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1965년 '서울바로크합주단'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는 지금까지 1000회가 넘는 연주를 선사했다. 퀸 엘리자베스 홀, 베를린 콘체르트 하우스, 빈 무지크페라인 등 세계적인 콘서트홀 무대에서 바로크, 고전과 현대음악까지 폭넓은 장르를 소화해왔다.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는 오는 26일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와 함께 비발디의 사계, 버르토크의 루마니안 춤곡, 현을 위한 디베르티멘토를 선보인다. 내년 3월 11일에는 아르헨티나 태생의 탱고 거장인 아스트라 피아졸라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을, 마지막인 7월 2일에는 고전의 원조 하이든, 낭만의 거장 차이콥스키, 영국 현대 낭만의 표상 본 윌리엄스의 대표작들로 음악의 시대적 특성을 비교하는 무대를 펼친다.
롯데콘서트홀 '인 하우스 아티스트'로서도 비발디부터 피아졸라에 이르기까지 다채롭게 아우르는 실내악의 향연을 선사하겠다는 계획이다.
김민 음악감독은 "1월 20일 신년음악회를 끝으로 7개월 동안 공연을 못 했다"면서 "10개월 동안 공연이 중단되고 여러 가지 계획들이 무너지면서 비영리 공연단체(민간주도형)이다보니 고정적인 돈을 받는 단체가 아니라 재정적인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단원들이 월급제가 아닌 연주 수당제이기 때문에 모두 힘들었다"면서도 "그럼에도 단원들이 챔버 오케스트라 저변 확대에 대한 뜻을 모아 상황이 어려울지라도 같이 견뎌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함께 선정된 에스케 콰르텟은 2016년 독일에서 활동하던 바이올리니스트 배원희와 하유나, 비올리스트 김지원, 첼리스트 허예은이 의기투합해 결성한 현악4중주단이다. 결성 1년 6개월 만에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런던 위그모어홀 국제 현악4중주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클래식계의 관심을 받았다.
지난 6월 롯데콘서트홀에서 한국 데뷔 무대를 가진 이들은 8월 클래식 레볼루션 축제에도 올랐다. 세 번째인 이번엔 상주 아티스트로서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선다. 오는 28일 첫 공연을 시작으로 내년 5월 11일과 16일 공연이 예정됐다.
배원희는 "프로그램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면서 "에스메 콰르텟의 정체성을 알리기 위해 현악4중주의 명곡으로 레퍼토리를 꾸몄다"고 밝혔다. 하이든, 드보르자크, 베토벤, 드뷔시, 모차르트, 슈베르트 등으로 호흡을 이어나간다.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공연을 수차례 취소해야 했던 롯데콘서트홀은 앞으로 국내 연주 단체에 공연 기회를 제공하는 '인 하우스 아티스트 시리즈'를 통해 프로그램을 꾸준히 이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롯데콘서트홀 관계자는 "안정적이고 실력있는 단체에 예우를 드리고자 상주 아티스트를 선정하게 됐다"며 "풍부한 음향과 울림으로 실내악 음색을 잘 살릴 수 있는 공연장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