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처발 중국 ‘관제’의 민낯...기업 디폴트 40%가 국유기업

입력 2020-11-23 13:58 수정 2020-11-23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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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업 채무불이행 규모 1570억 위안 전문가들 “이제 시작에 불과...중국 신용평가 시스템 재검토 해야”

그저 돈이면 다 되는 줄 알았던 중국의 국유기업 경영에 제동이 걸렸다. 지금까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한 중국 기업 상당수가 국유기업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관제(管制)’의 폐해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20일 현재 중국 기업의 채무불이행 규모는 1570억 위안(약 26조 6774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들 기업 중 국유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40%다. 지난해 연간 채무불이행 규모가 1670억 위안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점으로 미뤄볼 때 올해도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같은 현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자금 조달을 지원하던 중국 정부가 경기가 회복세로 전환하자 지원 규모를 줄이면서 시작됐다. 특히 정부 의존도가 높던 국유기업들은 지원이 줄자 가뜩이나 심각한 부채에 허덕이게 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영 자동차회사 화천자동차그룹이다. 화천자동차는 중국 랴오닝성 정부가 지분 80%를 보유하고 있으며, 독일 BMW와 중국 브릴리언스의 합작사로 유명하다. 화천자동차는 지난달 만기였던 10억 위안의 부채를 상환하지 못하고 파산해 20일 법정 회생관리에 들어갔다. 아직 갚지 못한 회사채도 160억 위안 넘게 남았다.

중국 반도체 굴기의 상징이었던 국유기업 칭화유니그룹 역시 16일 만기였던 13억 위안을 상환하지 못하고 디폴트에 빠졌다. 무엇보다 칭화유니그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표방하는 반도체 자급자족화의 주역으로 평가받았던 만큼 시장의 충격은 더 컸다.

이외에 허난성의 국유 석탄기업 융청석탄전력 역시 이달 10일 만기였던 10억 위안 규모의 회사채를 갚지 못해 같은 처지에 놓였다.

중국 기업의 디폴트는 2015년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지난해 1670억 위안을 기록했다. 닛케이는 디폴트 규모가 지난 5년간 꾸준히 증가했지만 올해는 상황이 더 다르다고 전했다. 지난해 전체 디폴트 가운데 국유기업이 차지한 규모는 약 400억 위안으로 전체의 4분의 1수준이었지만, 올해는 이미 금액에서 1.8배 증가해 전체의 40% 수준에 달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는 잇따른 부도로 인해 회사채 발행 조건도 나빠졌다는 것이다. 산시성에 위치한 국유기업 탼디유안은 지난주 3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쿠폰금리가 무려 7.98%를 기록했고, 발행 규모도 당초 예상했던 10억 위안에 한참 못 미친 2억 위안으로 축소했다. 또 이달 들어 이미 470억 위안 규모의 회사채 발행이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연이은 디폴트 속에 은행의 부실채권은 6조7000억 위안 가까이 늘어난 상태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중국 금융당국은 금융시장 붕괴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혈안이다. 국무원 산하 금융안정발전위원회는 21일 채권시장을 주제로 한 긴급회의를 소집해 “금융시스템 위기는 없을 것”이라며 시장 안정을 위해 국유기업들의 자금 유용과 탈세 등을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닛케이는 디폴트로 인한 시장 내 동요 분위기를 진정시키려는 의도로 해석했다.

그럼에도 시장 관계자들의 우려는 크다. 과거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임원이었던 쉬린은 전날 베이징에서 열린 경제포럼에서 “이 같은 상황은 시작에 불과하고 문제는 계속 확산할 것”이라며 “중국 정부는 부채 확장을 통해 너무 많은 프로젝트에 투자했지만, 프로젝트들은 부채를 상환하기에 충분한 경제적 수익을 창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경제분석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줄리안 에반스 프릿차드 중국 경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달 디폴트를 가장 크게 기록한 회사인 융청석탄전력이 신용평가에서 ‘AAA’ 등급을 받았다는 것은 정부 지원에 의해 신용 리스크가 크게 왜곡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기업 부도 이후 중국 신용평가 시스템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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