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로 일상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한 외국인이더라도 피의자 신문 시에는 통역 제공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23일 외국인 피의자 신문 때 통역 제공 여부 등에 대해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경찰관들을 징계 조치하고 직무 교육을 하도록 경찰청장에게 권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모로코 국적 A씨는 지난 3월 행인과 시비가 붙어 폭행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이후 A씨 아내는 남편이 파출소에서 통역 없이 미란다원칙 고지 확인서 등에 서명하고 경찰서로 인치된 후에도 통역 없이 피의자 신문을 받은 것은 평등권 침해라고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A씨가 한국말과 한글을 쓸 줄 안다고 했고, 사건 현장과 파출소에서 한국어로 의사소통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A씨 측의 진정을 받아들였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한국어로 일상 대화가 가능한 외국인이더라도 우리나라 형사사법 절차가 생소하거나 이해가 부족할 수 있으므로 불이익이나 차별을 당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권위는 "한글을 읽고 쓸 수 있다는 진술만으로 통역 없이 조사받는 것을 명시적인 동의로 용인하거나 양해하는 경우 임의성을 가장한 강제 수사가 행해질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면서 "외국인 조사에 있어 통역 필요 여부를 확인하는 의사는 보다 엄격한 증명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인권위는 미란다원칙 고지 확인서·임의동행 확인서를 더 많은 언어로 마련하고 일선 파출소와 지구대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