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달러 약세에 ‘환차손 주의보’

입력 2020-11-19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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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로 추락하면서 해외주식을 사들인 ‘서학개미’의 셈법이 꼬이고 있다.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환차손(환율 변동에 따른 손해)이 발생해 주식 잔고의 실질 자산가치도 하락하고 있어서다. 증시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달러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19일 기준 전날 원·달러 환율이 1103.8원까지 하락하면서 2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정부가 급격한 원화 강세를 두고, 구두개입 의지를 밝히면서 이날 하락 폭은 줄였지만, 추세적 하락이라는 전망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내년에는 1100원도 깨질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달러화 약세는 3월부터 시작됐는데, 미국 대선 결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당선에 방점이 찍히면서 가파르게 떨어졌다. 최근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대감, 경기회복 청신호 등이 전해지면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살아난 점도 달러화 약세로 이어졌다. 통상 달러화는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

서학개미 포트폴리오 대부분이 미국주식에 쏠려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국내 투자자의 미국주식 보관 잔액은 264억44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앞서 1월 보관 잔액이 91억4900만 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세 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투자 규모는 늘었지만 환헤지를 하지 않았다면, 환차손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나빠질 수 있다. 달러화 약세(원화 강세)가 이어지면, 주식 가치가 오르더라도 달러화를 원화로 바꿀 경우, 손에 쥐는 돈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주가가 하락하면 손해는 배가 된다.

국내 주식투자자들이 변동성이 큰 성장주를 선호하면서 주가 상승으로도 환차손을 상쇄하지 못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18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가진 주식은 테슬라(44억8000만 달러), 애플(25조9924만 달러), 아마존(20억4010만 달러) 순이다.

최근 환율이 빠르게 급락한 한 달(10/19~11/18)새 해당 주식들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테슬라 주식 3억4084만 달러를 순매수했고, 아마존(1억191만 달러), 애플(2703만 달러) 등을 담았다. 같은 기간 테슬라는 S&P500 지수 편입으로 11.4% 상승했는데, 환차손을 계산하면 실제 수익률은 거의 없는 수준이다. 한 달간 애플은 1.73% 상승했고, 아마존은 3.27% 떨어졌는데 환율 하락을 계산하면 사실상 배로 손해를 입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의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해외에 투자하는 개인의 고민이 많을 시기”라며 “미국 증시 상승 모멘텀이 둔화하고 있으며,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실질적인 수익이 더 감소했기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이어 “달러화 약세가 이어지면 외국인 수급뿐만 아니라, 개인 수급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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