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에서 회사의 이사회 구성과 관련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단연 사외이사와 감사위원 관련 이슈다. 특히 감사위원 이슈는 비전문가뿐 아니라 회사와 업계 내 전문가 동료들에게도 어렵고 고민이 많은 부분이다. 이사회가 집행기능과 감독기능으로 분리된 독일과 달리, 한국의 이사회 내 이사는 이 두 가지 기능을 함께 수행한다. 감사위원회는 이사회 내에 설치되므로 감사위원도 이사회의 일원이고 원리적으로는 ‘집행기관의 일부’이지만, 다른 이사회와는 별개로 ‘견제와 감독’을 고유기능으로 한다. 따라서, 다른 사외이사들에 비해 ‘회사 또는 지배주주와의 이해관계’로부터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요건이 더 크게 요구되고 그만큼 안건의 중요성과 민감도가 크다.
감사위원 이슈들을 생동감 있게 체험해 보기 위해, 회사나 주주 입장에서 감사위원회를 구성하거나 의결권 자문사처럼 안건을 객관적 관찰자로서 판단하는 입장에 서 보자.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감사위원회와 감사위원의 기본 요건부터 알아야 한다. 상법상 이사회 내에 설치하는 위원회는 ‘정관’에 규정하여 설치하는데, 일반적인 위원회는 ‘2인 이상’의 이사로 구성하지만, 감사위원회는 ‘자산 2조 원 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 ‘3인 이상’의 이사로 구성한다. 이때 회사 입장에서는 실무 사정을 훤히 아는 현업 전문성이 풍부한 사내이사가 감사위원회에 필요하겠지만, 그 성격상 무엇보다 독립성이 가장 크게 요구되므로 ‘2/3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감사위원장은 사외이사’로 한다.
여기까지는 아직 큰 이슈가 없다. 막상 주총에 들어가면 민감해지는 이슈는 지금부터다. 현행법상 감사나 감사위원은 회사나 지배주주에게서 강력한 독립성이 요구되므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은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이 3%로 제한된다. 최대주주의 지분이 많은 회사이거나 기관투자자 지분을 확보하지 못한 회사의 경우 주주총회에서 정족수 미달 사례가 종종 발생하는 소위 ‘3%룰’이다. 이때 많은 이해관계자들을 다소 혼란스럽게 하는 법 규정이 바로 ‘개별 3% vs. 합산 3%’ 룰이다. 그런데 원리를 따져보면 쉽다. 감사위원 중 ‘사내이사인 감사위원’을 선임하는 경우에는 가장 강력한 독립성이 요구될 것이다. 따라서 ‘합산 3%’로 제한된다. 하지만,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을 선임하는 경우에는 사외이사 본연의 역할에 집행뿐 아니라 견제도 포함되므로 ‘개별 3%’까지 완화된다. 그런데 회사에서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려면 사외이사를 모두 자기편(?)으로 선임하면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금융회사의 경우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중 최소 1명’은 반드시 다른 이사와 ‘분리선임’하도록 하고, 이번 상법 개정안에서도 같은 내용이 편입돼 통과 시 일반 회사도 적용된다. 재계의 입장에서는 행동주의 펀드들이 추천한 감사위원의 과도한 간섭 문제를 우려하여 “왜 똑같은 이사를 분리 선임하나?”, 반대로 지배주주의 사익편취가 우려되는 경우 “감사위원 분리선임을 왜 1명밖에 안 하나?” 등 이해관계에 따라 첨예하게 대립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정으로 상법 개정안에서는 상장회사가 감사 또는 감사위원을 선임/해임하는 경우 ‘사외이사’ 여부를 불문하고 최대주주는 특수관계인 등을 합산하여 3%, 일반 주주는 3%를 초과하는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일원화’했다.
감사위원회의 의결 효과를 보자. 일반적으로 상법상 이사회는 내부에 설치된 위원회 결의 사항을 재결의할 수 있다. 하지만, 감사위원회 결의 사항은 그렇지 않다. 강력한 영향력으로 객관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보면 의문이 생기는 사례들이 있다. 감사위원의 경우 직무상 그 엄격한 객관성 요구로 인해 ‘다른 위원회와는 분리되어야 하지 않을까’하는 문제다. 실제로 대기업들 주총 안건에서 감사위원장이 이사회 의장까지 겸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역할 상으로는 견제와 집행을 동시에 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 상정 예정인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은 그래서 반갑다. 감사위원에게 “보수위원회 및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이외에 타위원회 겸직 제한”을 명확히 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이사회 내 다른 위원회에서도 회사와 지배주주로부터 독립적으로 활동한다는 정체성이 선명해진다.
최근 사모펀드와 국책기관의 관여 활동이 급증하는 추세 관련해서 정리되지 않은 이슈도 있다. 국책은행이나 사모펀드에서 기업에 출자하고 이사를 직접 파견해 경영에 관여하고자 할 때, 지배주주이므로 원리상 사내이사를 파견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실제 사례들을 보면 사내이사나 기타 비상무이사뿐 아니라 사외이사를 파견하거나 때로는 한두 단계(쿠션)를 거쳐 이해관계자를 감사위원으로 파견하기도 한다. 자본시장법상에는 이를 모두 포괄할 수 있는 ‘임원’의 임면이라고 다소 모호하게 정의되어 있다. 독립성 차원에서 충분히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실무상으로 대규모 적자 회사를 회생해야 하는 경우나 사업의 재편으로 지배주주의 책임으로 직접 구조조정을 수행해야 하는 경우 그 필요성을 인정할 수 있다. 애초 ‘경영 참여’를 목적으로 설립한 사모펀드이므로 독립성 결격 사유만으로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 지배구조 이슈는 법이 가장 기본이다. 이후 이론적 타당성과 경영상의 현실을 판단한다. 현실은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이 대립한다. 감사위원 역시 사안에 따라 종합적으로 판단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