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2023학년도 정시에 내신을 일부 적용하는 방식으로 입시 전형을 변경하면서 주요 대학이 눈치 싸움에 나섰다. 서울대는 그동안 정시에서 수능 100%를 반영해 신입생을 뽑았다. 하지만 2023학년도 입시에서는 정시모집이라도 수능만으로는 학생을 뽑지 않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12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대가 정시 입시전형을 바꾸면서 다른 상위권 대학들도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A 사립대 입학처장은 "내년 4월까지 2023학년도 대학 신입생 입학전형 안내 기한이 남아 있는 만큼 아직 관련 입시제도 변경 여부는 확답할 수는 없지만 서울대의 변경된 정시안을 참고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B 사립대 관계자 역시 “다른 주요 대학이 서울대 방식을 따라 할지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서울대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며 “올해 입시 결과를 보고 검토해볼 것”이라고 귀띔했다.
2025학년도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 등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대학 자체 평가요소가 정시에 추가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C 사립대 입학처 관계자는 “앞으로는 정량화된 수능 점수보다는 대학 인재상에 맞는 수험생을 찾는 대학이 많아질 것”이라며 “이번 서울대의 변화가 대학가에 기존 정시 평가체계를 바꾸게 되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 분석했다.
입시전문가들은 서울대가 정부 요구대로 수능 위주 전형을 40%까지 높이면서도 학생부종합전형(학종) 평가 요소를 도입, 이를 보완했다는 분석이다. 2023학년도는 교육부가 서울대를 비롯해 주요 16개 대학에 수능 위주 전형 선발 비율을 40%까지 높이도록 요구한 시점이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정시전형에 도입할 교과평가제도가 학교생활기록부를 정성 평가하는 만큼 현재 수시 학종과 비슷하다"며 "결국 정시전형에서 학종과 같은 정성평가를 도입한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혼란을 떠안게 되는 것은 수험생과 학부모다. 정시 확대 기조에 맞춰 학습 플랜을 짰던 학생들은 서울대 외 다른 대학의 움직임에도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정성평가를 정시에 도입하는 대학이 늘어나면 학생과 학부모들이 더욱 혼란스러워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대 발표 후 학생, 학부모의 상담 문의가 두 배 이상 증가했다”며 “지난주 치른 예비 고입, 고2 설명회가 고3 수험생 설명회 수준으로 몰렸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서울대가 내놓은 2023학년도 입시전형은 그동안 수시전형에서만 뽑았던 지역균형 인재를 정시에도 선발한다. 수능 성적만 반영하던 정시 전형에는 ‘교과평가제’를 도입해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와 학교생활기록부 등을 20~40% 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