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도 살 수 있는 임대주택이 성공하기 위한 또 다른 관건은 입주 이후 단지 운영이다. 서로 다른 경제적·사회적 배경을 가진 계층이 한 단지에서 어울려 살 수 있도록 사회적 혼합(소셜믹스)이 중요하다.
정부는 2005년 공공주택 단지에서 분양주택과 임대주택, 대형주택과 소형주택을 섞어 짓도록 소셜믹스를 의무화했다. 계층 간 교류를 활성화하고 위화감을 줄이기 위해서다. 이후 실제 단지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아직 진통이 이어진다. 서로 마주칠 일이 많아지면서 충돌이나 따돌림도 잦아졌다. 임대 여부나 주택 크기에 따라 주택 동(棟)과 층을 분리했던 관행은 갈등을 더 심화시켰다. 임대 가구에게 공용시설 이용을 제한하거나 차등화하는 일도 있었다.
임대주택이 중형으로 확대되면 이 같은 문제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임대·분양 혼합 단지뿐 아니라 임대 아파트 안에서도 입주 계층이 다양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은 현재 임대 가구로만 이뤄진 노후 단지를 분양주택과 청년·신혼부부 행복주택, 임대주택 등을 섞어 재건축하겠다고 계획 중이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설계 혁신을 조언했다. 그는 “주택 규모 등에 따라 동·호수를 배치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며 “외관이나 위치만으로 주택 크기나 임대 여부 등을 알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스웨덴의 블록형 아파트를 예로 들었다. 같은 층 안에서도 평면이나 크기 등을 다양화해 여러 계층이 어울려 살 수 있도록 했다는 게 김 교수 설명이다. 김 교수는 “배경이 너무 차이가 나면 갈등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며 “소셜믹스를 추구하되 경제적 수준 차위가 3~4분위 안에 들 수 있도록 어느 정도는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현실론도 들었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공 단계에서부터 임대주택 배치나 설계에 대한 내용이 알려져서는 안 된다”며 “이 같은 내용이 잘 지켜져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고령화가 진행되는 사회 풍조에 맞춰 노인 가구와 아이를 키우는 젊은 부부 가구를 균형 있게 배치하는 세대믹스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기업 역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2017년까진 임대 주택을 동이나 층으로 구별해 공급했으나 2018년 신혼희망타운을 시작으로 임대 여부에 상관없이 추첨으로 동·호를 배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