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업들이 올해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위기에도 투자를 늘려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기업들은 코로나19 발생 이전 계획된 투자를 차질없이 진행했으나, 실적이 지속해서 악화한다면 투자 여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1일 지난해 매출 상위 100대 기업의 올해 상반기 투자액은 63조2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조6000억 원(8.0%)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8.7% 감소한 33조9000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투자액 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39.6%(25조 원)로 나타나 반도체가 투자의 버팀목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경연 관계자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올해 상반기에는 우리 기업들이 IT 산업을 중심으로 예정된 투자를 정상적으로 집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투자 규모는 △전기·전자(22.8%) △자동차(13.5%) △화학(13.2%) 순이었으며, 작년 상반기 대비 투자 증가율 기준으로는 △통신(19.6%) △자동차(11.1%) △전기·전자(7.7%)의 순서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5세대 이동통신(5G), 자율주행, 반도체 등 코로나19 이후 유망 분야에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음식료(-48.9%), 유통(-56.7%) 등 내수업종의 투자는 급감해 코로나19로 인한 업종별 희비가 엇갈렸다.
다만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투자액을 크게 밑도는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액 대비 영업이익이 0.54에 불과해 최근 5년 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주요 기업들의 올해 상반기 동안 벌어들인 돈이 투자집행액의 절반가량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만약 이러한 상황이 지속한다면 기업의 투자 여력 약화 및 산업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
한편,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로 주요 기업들이 유동성 확보에 나서며 올해 상반기 현금성 자산은 50조2000억 원 증가했다. 2017년 이후 200조 원 중반대를 유지하던 100대 기업의 현금성 자산은 올해 6월 말 기준 312조6000억 원으로 19.2% 증가했다.
100대 기업의 현금흐름을 살펴보면 기업의 현금성 자산 증가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영업활동 현금흐름(순유입)이 77조 원으로 투자활동 현금흐름(순유출) 57조3000억 원보다 20조 원가량 많았다.
그런데도 재무활동 현금흐름(순유입)이 32조6000억 원이 증가한 것으로 보아 과거에는 영업활동을 통해 확보한 현금을 투자 및 차입금 상환에 사용했다면, 올해 상반기에는 오히려 차입을 통해 더 많은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해석된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코로나19 영향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의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심해졌다”며 “비록 상반기에는 기업 투자가 예년 수준을 유지했지만,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기업의 투자 여력이 점차 낮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추 실장은 “투자가 위축되면 산업의 미래 경쟁력 훼손은 불가피하다”며 “기업이 확보해 둔 자금이 연구·개발(R&D) 투자 등 생산적 부문에 지속해서 유입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