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땅에 허가 없이 분묘를 설치했을 경우 20년이 지나면 '분묘기지권'을 인정하는 기존 관습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A 씨가 분묘기지권이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8일 밝혔다. ]
A 씨는 최근 자신의 땅에 있던 B 씨의 묘지를 정리해 유골을 화장했다가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B 씨는 1957년부터 A 씨의 땅에 묘를 쓰고 관리해 왔다며 분묘기지권을 주장했다.
A 씨는 해당 관습법이 악의의 무단점유인 경우에도 아무런 보상 없이 사실상 영구·무상의 분묘기지권을 인정하는 것인 만큼 토지 소유자의 재산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해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헌재는 "최근 임야의 경제적 가치가 커지면서 토지 소유자가 이를 사용·수익하지 못해 입게 되는 손실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분묘 설치 기간을 제한하고 이장을 강제한다면 자손들에게 그 비용의 부담이라는 경제적 손실 차원을 넘어 분묘를 매개로 형성된 정서적 애착관계와 지역적 유대감의 상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이 사건 관습법으로 토지 소유자가 토지 일부에 대한 사용·수익권을 제한당하기는 하지만 그 범위는 제한적"이라면서 "분묘기지권은 조상 숭배 사상 및 부모에 대한 효사상을 기반으로 오랜 세월 우리의 관습으로 형성·유지돼 왔고 현행 민법 시행 이후에도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일관되게 유지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관습법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 전통문화의 보호 및 법률질서의 안정이라는 공익은 매우 중대하다"고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