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5년 만에 전세공급 ‘최악’…공급 부족에 ‘전셋값’ 고공행진
서울ㆍ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난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세 공급 부족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가 19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전셋집 공급 부족 영향으로 서울·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64주 연속 상승했다. 상승률도 5년래 최고 수준을 기록하면서 전세난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국에서 전세난이 계속되는 가운데 전세 공급 부족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가 19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1일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월간 KB 주택시장 동향에 따르면 10월 전국의 전세수급지수는 9월(187.0)보다 4.1포인트(P) 오른 191.1로 집계됐다. 이는 2001년 8월 193.7을 기록한 이후 19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전세수급지수는 전세 공급 부족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표본 중개업소 대상 설문조사를 통해 추출한다. 1∼200 사이 숫자로 나타내며 수치가 높을수록 전세 공급 부족을, 낮을수록 수요 부족을 뜻한다.
전세수급지수는 1∼4월 150선에서 상승하다가 5월 160을 넘겼다. 이후 임대차 보호법이 시행된 8월에는 180.5로 올라 전세 공급 물량 부족 추세를 반영했다.
8월부터는 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기존 주택 전세계약 기간을 2년 더 연장하는 가구가 증가하면서 신규 전세 물량 부족 현상이 나타났다. 이에 전세수급지수는 9월 187.0, 10월 191.1로 급증했다.
서울의 10월 전세수급지수는 191.8로 지난달(189.3)보다 2.4P 올랐다. 이는 2015년 10월(193.8)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수도권은 194.0으로 2013년 9월(195.0) 이후 7년 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기 지역은 지난달(193.9)보다 1.8P 오른 195.7로 집계돼 KB국민은행이 경기 지역 통계를 따로 추출하기 시작한 2003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천도 지난달보다 5.8P 오른 194.1로 집계돼 2015년 5월 이후 전세 공급이 가장 불안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난 심화에 아파트 전셋값도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0월 넷째 주(29일 기준) 서울·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0.23% 올라 64주 연속 상승했다. 2015년 11월 첫째 주 0.23%를 기록한 이후 5년여 만에 최대 상승 폭을 나타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달 셋째 주까지 0.08% 수준으로 오르면서 횡보했지만 이번 주 0.1% 올랐다. 서울은 고가 주택이 밀집한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전셋값 상승 폭이 컸다. 송파구(0.19%)와 강남구(0.18%), 서초구(0.16%), 강동구(0.16%) 모두 전주 대비 상승 폭이 커졌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재계약 갱신 사례가 늘면서 전세 매물이 크게 줄어든 데다 저금리 기조로 월세 전환도 꾸준하다”며 “서울의 경우 신규 아파트 입주도 많지 않아 전세난은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도 전세시장 안정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선 상태다. 하지만 매매시장과 달리 뾰족한 수가 없어 정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전세난은 각종 규제로 시중에서 유통되는 물량이 사라진 결과"라며 “정부가 전세 물량 확대를 위해 임대차법과 같은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