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전자 실적은 '캐시카우(현금창출원)' 반도체가 이끌었는데, 이번 3분기에는 전 부문 실적이 골고루 좋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억눌렸던 수요가 폭발하며 스마트폰과 TV·가전 실적이 크게 개선됐고, 반도체 부문 역시 PC용 메모리 등 비대면 수요 덕분에 견조한 실적을 올렸다.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으로 3분기 매출 66조9600억 원, 영업이익 12조3500억 원을 기록했다고 29일 밝혔다. 매출과 영업이익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 59% 증가했다.
매출은 반도체 슈퍼호황기가 시작되던 2017년 4분기에 달성한 역대 최대 분기 매출 65조9800억 원을 뛰어넘는 최대 실적이다. 영업이익 역시 반도체 슈퍼호황기 시절인 2018년 3분기(영업이익 17조5000억 원) 이후 2년 만에 가장 높았다.
IM(ITㆍ모바일)은 3분기에 출시된 갤럭시 노트20 시리즈와 갤럭시Z플립2 등 스마트폰 전략 모델의 글로벌 판매 호조로 영업이익 4조4500억 원을 기록했다. 전 분기(1조9500억 원)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억눌렸던 소비가 신제품이 쏟아진 3분기를 기점으로 되살아났다는 분석이다. 이 기간 삼성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 분기 대비 50%가량 늘었다.
태블릿과 웨어러블 제품 판매도 증가했다. 증권가에 따르면 3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은 8000만대 이상, 태블릿 출하량은 1000만대 이상으로 추산된다.
매출 증가에 따른 '규모의 경제 효과'와 마케팅비 효율화도 이익 확대에 이바지했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애플의 아이폰 신제품 출시 연기, 중국 화웨이 출하 부진, 인도 내 반중 정서 확대 등에 따른 반사이익도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CE(소비자가전) 부문에서도 1조560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2016년 2분기(1조 원)를 뛰어넘는 역대 최고 실적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며 전 세계에서 '집콕 가전'이 주목을 받는 데다, 상반기에 억눌렸던 수요가 3분기 들어 본격적으로 폭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공급망 관리(SCM·Supply Chain Management) 역량을 바탕으로 이 같은 수요 증가에 적기 대응했다고 설명했다. TV 교체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QLED, 초대형 TV 등 프리미엄 제품 마케팅에 집중했다.
회사 측은 "프리미엄 TV와 비스포크 냉장고와 그랑데 AI 등 프리미엄 가전, 건조기, 의류관리기(에어드레서) 등 위생 가전 판매가 모두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는 애초 서버용 메모리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으로 상반기보다 부진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영업이익이 5조5400억 원으로 전 분기(5조4300억 원) 실적을 넘어섰다.
서버업체들의 재고 증가로 서버용 D램 가격이 하락했지만, 미국의 제재에 앞서 지난달 중국 화웨이가 재고 확보에 나서면서 이익 감소를 상쇄했다.
또 코로나19 언택트(비대면) 수요로 신규 스마트폰과 게임 콘솔 판매가 늘면서 모바일 반도체와 그래픽 D램 등의 판매가 호조를 보였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은 3분기 모바일 수요 회복 등 영향으로 분기 최대 매출을 달성했고, 시스템LSI 사업도 개선됐다고 삼성전자는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날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D램과 파운드리에 EUV(극자외선)를 동시 적용한 시너지 와 관련 "파운드리 EUV 적용 경험이 있어 D램에서도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고, 인프라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EUV 전담 조직을 운영해 EUV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한다"며 "차별화된 에코 시스템 만들기 위해 추가 IP(지식재산권) 확보에 힘쓰고 원가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DP(디스플레이 패널) 부문은 영업이익 4700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2분기에는 1조 원 규모의 애플 보상금 효과가 있었으나 3분기에는 일회성 수익 없이도 흑자를 냈다. 흑자 규모도 3000억 원대일 것이라는 시장 전망을 상회했다.
스마트폰·TV·모니터용 패널 판매가 모두 증가했다. 전 세계 스마트폰 수요가 회복하는 가운데 주요 고객사들이 신제품을 출시하며 OLED 패널 판매가 늘었다.
부진했던 대형 디스플레이 사업은 초대형 TV, 고성능 모니터 패널 판매 증가로 평균 판매가격이 상승하며 적자를 줄였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주주환원 정책과 관련 "잔여 재원이 확정된 후 발표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며 "2020년 실적 마감 후 내년 1월 말 실적 발표할 때 잔여재원 규모를 공개하고 집행할 계획"이라며 "차기 주주환원 정책 계획에 대해서도 현재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