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이건희] ② 이재용 부회장의 마지막 총수 경영

입력 2020-10-27 14:06 수정 2020-10-27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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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법 개정, 사법 리스크 등 걸림돌 넘는 것도 과제

회장 취임 통해 새 리더십 면모 보여줄 듯
사법 리스크, 보험업법 개정, 상속세 등 과제도 산적

▲이건희 삼성 회장이 별세한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 회장의 빈소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들어서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건희 삼성 회장이 별세한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 회장의 빈소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들어서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포스트 이건희’ 시대의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끄는 ‘뉴삼성’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4년 이 회장이 갑작스럽게 쓰러진 뒤부터 사실상 경영 전면에서 삼성을 이끌어 왔다. 2018년 6월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일인 지정을 통해 총수에 올랐다.

그러나 아버지 이건희 회장 지분 상속을 포함한 공식적인 경영권 승계는 그 의미가 이전과는 전혀 다르다. 지금부터는 더 확실한 책임경영으로 새 리더십의 면모를 보여야 한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이 4세 경영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어, 이병철-이건희-이재용으로 이어지는 삼성의 총수 경영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전망이다.

물론 과제도 산적하다. 당장 국정농단 파기환송심과 경영권 승계 관련 재판을 앞두고 있다. 10조 원이 넘는 막대한 상속세도 부담이다. 미·중 무역 전쟁 및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영 불확실성도 고민거리다. 인공지능(AI)·바이오·시스템반도체 등 삼성의 미래를 이끌 성장산업의 경쟁력도 높여야 한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처럼… 미래 삼성 길 닦는다

▲이재용 부회장이 20~21일 베트남 하노이 인근에 위치한 삼성 복합단지를 찾아 스마트폰 생산공장 등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20~21일 베트남 하노이 인근에 위치한 삼성 복합단지를 찾아 스마트폰 생산공장 등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재계에선 이재용 부회장이 회장으로 취임하며 뉴삼성 변화에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1987년 이병철 선대회장 별세 후 20여 일 만에 회장에 취임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임기만료로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향후 회장 승진과 함께 등기이사 복귀를 추진할 수 있다.

이병철 선대 회장과 이건희 회장은 하나같이 삼성은 물론, 우리나라 경제를 주도할 비전을 제시하는 등 굵직한 발자취를 남겼다. 이병철 회장은 삼성을 국내 대표기업으로 키우면서 1세대 기업가 정신을 보여줬고, 이건희 회장은 반도체와 스마트폰, TV를 통해 글로벌 1등 DNA를 심었다.

이 부회장 역시 삼성이 새롭게 나아갈 비전과 방향을 제시하고, 미래 먹거리를 끊임없이 발굴해야 한다.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뒤 강조해온 비전은 ‘동행’이다. 그는 “이웃, 사회와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사명이자 100년 기업에 이르는 길”이라며 사회공헌 및 동반성장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 마스크 제조 업체에 대한 기술 지원을 통해 코로나19 피해를 막는 역할을 한 게 주요 사례다. 또 주요 기업이 경영 악화를 이유로 채용 규모를 줄일 때 일자리를 늘리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경영 스타일은 과감하고 도전적이었다. 2015년부터 방산, 화학 등 기존 효자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했다. 대신 AI(인공지능), 5G(5세대 이동 통신), 바이오, 전장 부품 등을 ‘4대 미래 성장 사업’으로 선언했다. 지난해에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10년간 133조 원을 투자해 1등에 오르겠다고 밝혔다.

4대 그룹 한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의 업적을 반도체와 휴대폰으로 정의할 수 있는 것처럼, 이재용 시대를 얘기할 수 있는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게 이 부회장의 고민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법리스크와 보험업법 개정안 등 과제도 산적

▲이건희 삼성 회장이 별세한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 회장의 빈소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들어서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건희 삼성 회장이 별세한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 회장의 빈소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들어서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재용 부회장의 뉴삼성이 궤도에 오르기 위해선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이건희 회장의 지분 상속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사법리스크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정치권에서 추진 중인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 매각을 유도하는 ‘보험업법 개정안’도 걸림돌이다.

이건희 회장의 보유 주식 평가액은 18조 원이 넘는다. 이 부회장 일가가 낼 총 상속세는 약 10조 원에 달한다. 승계에 있어 중요한 것은 이 회장의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지분이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지분 8.51%를 갖고 있다. 이 회장은 삼성생명의 최대 주주(20.76%)다. 즉, 삼성생명을 통해 그룹 대표 계열사인 삼성전자를 지배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생명 지분 0.06%를 보유 중이다.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이 부회장이 삼성의 지배력을 강화하려면 이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을 물려받아야 한다. 이 경우 이 부회장만 따로 수조 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내야 한다. 이 부회장이 세금을 모두 내고 삼성생명 지분을 물려받더라도 금산분리 압박이 크고, 보험업법 통과 시의 리스크도 있다.

보험업법이 개정되면, 삼성생명은 20조 원이 넘는 삼성전자 지분을 시장에 내놔야 한다. 이 경우 삼성전자에 대한 삼성생명의 영향력이 줄어들게 된다. 결국,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 경영권을 행사하던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도 약화할 가능성이 크다.

천문학적인 상속세 탓에 이 회장이 갖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의 경우, 삼성물산에 증여하는 방안도 삼성 측은 고려하고 있다. 삼성물산에 지분을 증여하면 삼성전자에 대한 직접 지배력은 약화하지만, 지배구조의 핵심인 삼성물산의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지분 증여에 대한 세금을 삼성물산에서 내야 해, 주주 반발 등 잡음이 나올 우려도 제기된다.

이 밖에 국정농단 파기환송심과 경영권 승계 관련 공판 등 사법 리스크 역시 이 부회장의 발을 묶어 놓는 요인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코로나19와 재판 등 각종 대내외 불확실성 요인을 극복하고 ‘포스트 이건희’ 시대의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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