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 환율이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원화 가치 상승으로 원ㆍ달러 환율이 1년 반 만에 최저치를 터치하는 등 가파른 내림세를 나타내고 있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보합권인 1132.90원에 마감됐다. 원ㆍ달러 환율은 9월 이후 내림세를 나타냈으며 21일에는 1131.9원을 기록해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3월 22일(1130.1원) 이후 19개월 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원ㆍ달러 환율 하락은 상대적으로 달러 가치가 하락하고, 원화 가치는 올랐다는 의미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9월 이후 한국 원화와 멕시코 페소, 중국 위안화, 대만 달러 등 주요국 통화 가치가 오르긴 했으나 그중에서도 원화 강세 폭이 가장 두드러졌다.
미국 경기 부양책 타결 기대감으로 미 달러의 약세가 이어졌으며, 위안화가 뚜렷한 강세 흐름을 보인 점이 원ㆍ달러 환율 하락의 주된 원인이 됐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1월 미국 대선이 기대감으로 반영되며 바이든 트레이드가 퍼지고 있다”며 “바이든 후보의 지지율이 우세한 가운데 민주당이 백악관 및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이른바 ‘블루 웨이브’ 기대로 멕시코 페소, 중국 위안화 등 바이든 수혜 통화의 강세 폭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원화는 미 달러보다도 위안화에 크게 연동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른 국가에 비해 한국과 중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위안화-원화 동반 강세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이 19개월 내 최저치를 찍은 21일 역외 달러ㆍ위안 환율은 장중 6.627위안으로 2018년 7월 10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가팔랐던 원화 강세 속도를 고려하면 원ㆍ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 가능성은 작다고 판단하면서도 중장기적으로 달러 가치 약세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원ㆍ달러 환율이 1100선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나중혁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130원 부근의 저항선이 깨지면 지지선이 1100원 초반으로 내려갈 수 있는 만큼 원ㆍ달러 환율의 향방이 중요해진 시점”이라면서 “다만 원ㆍ달러 환율의 가파른 하락 속도와 레벨 부담으로 인해 하락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고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2018년 하반기부터 2019년 초까지 원ㆍ달러 환율이 1120~1130원 선이 저항선으로 작용해왔다”며 “기술적으로 이 밑으로 떨어지기엔 (시장이)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바이든 후보 당선으로 원화가 수혜 통화가 될 것이란 기대감과 위안화 강세 등을 감안한다면 당장 기술적으로는 1100원 수준이 어려울 순 있어도 길게 보면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