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 임의 가입·특고 부담 확대 요구=우선 특고의 고용·산재보험 의무 가입 시 수십만~수백만 명의 특고가 보험가입자가 추가돼 사업주의 보험료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고의 고용보험료 및 산재보험료는 특고의 소득을 기준으로 사업주와 함께 각각 50%(산재보험료는 사업주가 100% 또는 50% 부담)씩 내는 구조다. 경영계는 사업주의 부담 확대뿐만 아니라 특고의 일자리 위협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며 당연 가입이 아닌 임의 가입과 특고의 보험료 부담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보험설계사·가전제품 설치기사·택배기사·골프장 캐디 등 4개 직종에 종사하는 특고 23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특고 62.8%는 일괄적인 고용보험 의무적용에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고용보험 의무가입이 사업주 부담 증가 등으로 이어져 본인들의 일자리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반대 이유로 꼽았다.
이에 대해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특고의 고용·산재보험 의무 가입 시 사업주의 부담은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100% 또는 50%를 부담하기보다는 특고의 전체 소득에 비례해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득이 많은 특고가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이러한 시스템 구축 하에 특고 등 취약계층의 고용·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 경제 발달로 온라인 플랫폼 노동자 등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급변하는 고용구조에 대비해 특고 등 취약계층에 대한 안전망 구축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현재 4대 사회보험 중 국민연금, 건강보험은 전 국민 보험이지만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은 임금 노동자에 제한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원덕 전 한국노동연구원장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드러난 취약계층의 안전망 취약과 최근 택배기사의 잇따른 과로사를 고려할 때 모든 취업자가 실직과 산재에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도록 특고 등 취약계층의 고용·산재보험 의무 가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상반된 의견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용·산재보험을 확대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의무 가입은 바람직하지 않다. 의무 가입으로 늘어나는 특고에 대한 보험료를 부담해야 하는 사업주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정부는 일단 한 사업주에 노무를 제공하는 정도를 의미하는 전속성을 판단해 보험 가입자와 사업주를 추려낸다는 방침인데 아직 전속성에 대한 뚜렷한 기준은 없는 상황이다.
성 교수는 “보험료를 부담해야 하는 사업주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특고의 과도한 보험 가입이 뒤따르면 예기치 못하는 보험료는 정부가 예산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고용·산재보험기금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기금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 역시 생각해볼 문제다. 일반 근로자보다 상대적으로 실직 및 산재 위험이 큰 특고의 특성을 고려할 때 기금 수입보단 지출이 많아져 적립금이 확 줄어들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보험료 인상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
현재 고용보험기금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실업급여 및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확대로 확 쪼그라든 상태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코로나19에 따른 실업급여와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급증으로 기금 적립금이 작년 말 7조3532억 원에서 올해 말 1952억 원(코로나19 위기 대응 추가경정예산 미포함)으로 축소될 것으로 추산됐다.
산재보험기금도 특고 가입 직종 확대(14개)로 인해 향후 5년간 산재보험 지출이 수입보다 더 빠른 속도로 증가, 적자 폭을 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 예산정책처 추계에 따르면 적자 폭은 올해 101억 원(수입 285억 원-지출 386억 원)에서 2024년 206억 원(수입 576억 원-지출 782억 원)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원덕 전 원장은 “고용·산재보험은 국가적 책임이 요구되는 사회보험이기 때문에 기금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면 정부가 재정을 통해 기금을 보전해주면 된다”며 “여기에 경영난에 놓인 영세사업장의 보험료 부담을 줄여 주는 방안도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훈 교수도 재정을 통한 기금 보강에 동의하면서도 우선적으로 보험료 징수 체계의 손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금 조성에 있어 사후적으로 기금 지출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특고 등에 대해서는 소득 또는 수혜 및 사고 빈도에 비례해 보험료를 부담하는 징수 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 자동차보험이 그 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성태윤 교수는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보험 기금을 보강하더라고 그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본다”며 “이것보다는 정부가 실직에 놓인 특고에 대해 직접 지원금을 지원하는 형태가 옳다”고 주장했다.
◇기존 가입자 간 형평성 논란 가열=일각에서는 특고의 고용보험 의무 가입 시 기존 가입자 간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특고의 경우 비자발적 이직 외에도 일정 기준의 소득 감소도 실업급여 수급자격 요건이 되는데 일반 근로자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월 소득이 많은 자가 고용보험료를 많이 내는데도 실업급여를 월 최대 198만 원(상한액)밖에 못 받고, 소득이 적은 자가 고용보험료를 덜 내도 최소 180만 원(하한액)의 실업급여를 탈 수 있는 현행 실업급여 지급체계가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특고에게 유리할 수 있다는 점이 쟁점이 되고 있다.
예컨대 매월 150만 원을 받는 근로자가 고용보험료로 1만1200원(150만 원x보험요율 0.8%)을 내고 실직(근무 1년 미만)하면 실업급여 하한액인 월 180만 원(4개월)을 적용받는다. 반면 월 소득 500만 원의 근로자가 보험료로 매월 4만 원을 내고 실직(근무 1년 미만)하면 상한액인 월 198만 원(4개월)만 받게 된다. 이들 간 수급액 격차가 18만 원에 불과한 것이다.
이원덕 전 원장은 해당 쟁점이 부각되는 것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고용보험이 민간보험이면 이러한 지급구조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고용보험은 소득재분배 및 취약계층 보호 기능을 하는 사회보험이라는 점에서 현행 실업급여 상·하한액 제도를 문제 삼는 건 적절치 않다”며 “일본, 프랑스 등 다수의 국가에서도 유사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병훈 교수는 “역차별 문제가 있다면 상한액 손질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보험자의 기여 정도와 수입 부분을 가지고 상한액 정도를 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노사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고용노동부 고용보험심사위원회는 올해 중 상한액 등을 포함한 실업급여 제도개선에 대한 검토를 본격적으로 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