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투싼’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국산 SUV다. 2004년 처음 등장한 뒤 국내외에서 누적 판매량 700만대를 넘어선 현대차의 대표 차종이다.
‘디 올 뉴 투싼’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온 4세대 모델은 디자인, 공간, 파워트레인 전 부문에 걸쳐 좀 더 과감한 변화를 택했다.
21일 경기도 용인시에서 투싼을 만났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디자인이다. 신형 투싼은 현대차의 디자인 정체성인 ‘센슈어스 스포트니스(감성을 더한 스포티함)’를 바탕으로 ‘파라메트릭 다이나믹스’ 테마를 구현했다. 파라메트릭 다이나믹스는 선, 면, 각, 도형 등을 활용한 기하학적인 디자인 요소를 말한다.
앞모습부터 시선을 잡아끈다. 한가운데 엠블럼을 향해 날이 서 있는 그릴은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입체적으로 반짝인다. 그릴 양옆에는 날개 모양의 주간주행등이 자리했다. 예고편 이미지가 공개됐을 때부터 주목을 받은 신형 투싼의 상징적인 디자인이다.
옆모습은 날카로운 캐릭터라인이 인상적이다. 신형 아반떼와 비슷한 날카롭고 굵은 선이 입체감을 준다. 캐릭터라인은 리어램프(후미등)와 연결된다. 좌우로 연결되며 길게 뻗은 리어램프는 최근 현대차 디자인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준다. 아래에는 송곳니 모양의 날렵한 램프가 위치한다.
기존 모델과 큰 차이점은 후면 엠블럼이다. 이전까지 모든 현대차 모델은 볼록 튀어나온 형태의 엠블럼을 뒷모습에 붙였다. 신형 투싼은 이를 뒷유리에 넣어버렸다. 리어램프를 일직선으로 디자인하려다 보니 위치가 조정된 듯하다.
실내는 날렵함이 살아있는 겉모습과 다르다. 둥글둥글한 곡선이 내부를 휘감는 ‘랩 어라운드’ 방식이다. 실내를 넓어 보이게끔 하는 효과가 있다. 양쪽 문에서부터 이어지는 두 줄의 크롬 몰딩은 부드럽게 대시보드와 연결되고, 센터페시아 양옆을 감싼다. 송풍구와 버튼이 두 줄 몰딩 사이에 자연스레 자리해 보기 좋다.
가장 큰 변화는 계기판이다. 덮개를 없애고 디스플레이로 바꿔버렸다. 운전석에 앉으면 앞이 탁 트여 시야 확보가 잘 된다. 이 계기판은 센터페시아에 있는 10.25인치 디스플레이와 크기가 같다. 다만, 계기판 디스플레이가 베젤이 더 두꺼워 작아 보인다. 차체와 비교해 좀 답답해 보인다.
센터페시아에는 버튼이 하나도 없고 모두 터치 방식이다. 시트 공조와 주차 편의장치만 버튼식으로 전자식 변속 버튼(SBW) 주위에 마련됐다.
신형 투싼은 3세대보다 덩치를 키웠다. 전장(길이)은 기존보다 150㎜ 길어져 4630㎜가 됐다. 전폭(너비)과 전고(높이)는 1865㎜, 1665㎜로 각각 15㎜, 20㎜씩 커졌다.
축간거리(휠베이스)와 2열 무릎 공간(레그룸)도 각각 85㎜, 80㎜씩 늘려 실내 공간을 넓혔다. 중형 SUV급이라 해도 될 정도다. 한 차급 위에 있는 싼타페와 축간거리가 거의 같다. 10㎜만 더 넓으면 싼타페와 같아진다.
2열 시트를 앞으로 완전히 접으면 트렁크와 평평하게 연결된다. 요즘 유행하는 ‘차박(차에서 숙박)’은 물론이고 짐을 싣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갈 곳 없는 이 시국에 투싼 TV 광고처럼 영화를 보거나 남은 일을 할 수 있는 훌륭한 ‘나만의 공간’이다.
시승에는 하이브리드의 최상급인 인스퍼레이션 트림을 사용했다. 이 차는 1.6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 엔진을 얹어 최고 출력 180마력, 최대 토크 27kgㆍm의 힘을 낸다. 시스템 최고 출력은 230마력에 달하고 1리터로 최대 16.2㎞(복합연비)를 갈 수 있다.
시동을 걸어도 하이브리드 모델다운 정숙함이 유지된다. 가속력과 제동 능력도 수준급이다. 급커브와 높고 낮은 지형이 반복되는 경기도 용인 마성IC 인근을 주행했는데, 변화가 많은 도로에서도 무난히 내 뜻대로 움직인다. 고속도로와 국도를 왕복 40여㎞를 오간 결과 연비는 17.6㎞로 기록됐다.
기본 적용된 전방 충돌방지 보조(FCA)와 차로 이탈방지 보조(LKA)를 비롯해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기능은 다른 차종에서 보여줬듯 명민하다.
하이브리드 모델의 가격은 개별소비세 3.5%를 반영해 기본 트림이 2857만 원, 최상위 트림이 3467만 원이다.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20일까지 이어진 사전계약 기간엔 2만3820대가 계약됐다. 1.6 가솔린이 전체 계약의 절반을 차지했고, 하이브리드와 2.0 디젤이 각각 30%, 20%를 차지했다.
주행 성능과 넉넉한 실내공간은 충분한 매력 포인트다. 새로운 시도를 택한 디자인이 얼마나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지가 관건이다. 결과가 어떻든 현대차 디자인의 또 다른 이정표가 됨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