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수험생의 개인정보를 알아내 "마음에 든다"고 연락한 감독관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재판장 최한돈 부장판사)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교사 A(32)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 씨는 2018년 11월 15일 서울 강동구의 한 수능 고사장에서 감독을 하던 중 수험생 B 씨의 응시원서와 수험표를 대조해 연락처를 알아냈다. 열흘 뒤 그는 B 씨에게 카카오톡으로 "맘에 든다"는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검찰은 A 씨가 B 씨의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목적 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보고 기소했다.
1심은 "피고인의 행위가 부적절하다"고 인정하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A 씨가 교육부나 서울시교육청이라는 '개인정보처리자'의 지휘를 받는 '개인정보 취급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해서다.
1심은 현행법에 따라 '개인정보 취급자'는 부정한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하거나 이를 누설·훼손하는 행위 등만 처벌할 수 있다고 봤다. A 씨처럼 개인정보를 '이용'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단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의 입법 목적을 저해하는 것이라 수긍하기 어렵다"며 판결을 달리했다.
재판부는 "원심은 피고인이 '개인정보 취급자'에 해당한다고 봤으나 피고인은 개인정보 파일 운용을 목적으로 수험생들의 개인정보를 받은 것이 아니므로 개인정보 취급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해자는 피고인의 연락을 받고 두려워 기존 주거지를 떠나는 등 큰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은 피해자의 전화번호를 수능 감독과정에서 알게 된 것이 아니고 아는 사람과 착각했다는 등 변명하며 사건을 부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