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유업계 M&A 가속...유럽과 반대로 가는 미국 정유업계 기후변화 대응

입력 2020-10-20 15:12 수정 2020-10-20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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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석유메이저 코노코필립스, 콘초리소시스 97억 달러에 인수
코로나19 사태 이후 에너지 업계 사상 최대 규모 M&A
생존 위한 궁여지책으로 통합 통한 재편 나서

미국 석유 메이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에 따른 암울한 시장 전망 속에서도 대규모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다. 유럽 석유 메이저들은 기후변화 대응에 주목해 석유와 가스 사업 비중을 줄이는데, 미국은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9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코노코필립스는 이날 셰일유 업체 콘초리소시스를 97억 달러(약 11조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 에너지 업계 최대 규모의 M&A다.

콘초는 미국 셰일혁명의 중심지인 텍사스주 페르미안 분지에서 셰일유를 전문적으로 채굴하는 업체다. 코노코는 “이번 합병으로 하루 원유 생산량이 150만 배럴을 넘는 미국 최대 독립 석유·가스업체가 탄생하게 됐다”고 그 의의를 설명했다.

코노코가 코로나19 팬데믹 등 사상 초유의 위기 속에서도 대규모 M&A를 단행한 건 규모의 경제를 통한 비용 절감 때문이다.

글로벌 석유업계는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인한 수요 감소, 그로 인한 유가 폭락에 타격을 입었다. 다국적 회계법인 딜로이트의 이달 초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미국 석유·가스 부문에서만 10만7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여기에 미국 대선이라는 큰 변수도 기다리고 있다. 11월 대선에서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가 승리하면 화석연료에 대한 규제가 강화할 수 있다. 화석연료를 지지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은 공공토지와 수역에 대해 새로운 석유와 가스 채굴 허가를 금지한다는 방침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는 청정에너지, 전기차 등과 관련된 녹색 인프라에 향후 10년간 1조7000억 달러를 투입한다는 계획도 제시했고, 2050년까지 미국의 탄소 배출량을 ‘순 제로’로 만들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석유업계가 되레 M&A에 박차를 가한다는 것은 매우 아이러니한 것이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업계는 에너지 제품 수요를 급감시킨 팬데믹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하고 있다”며 “대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M&A를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노코에 앞서 셰브런도 7월 노블에너지 인수를 발표했고, 지난달에는 데본에너지도 WPX에너지를 26억 달러에 사들이기로 하는 등 미국 에너지 기업들은 통합을 통한 업계 재편에 몰두하고 있다.

미국 석유 메이저들은 설령 석유 수요가 줄어 유가가 회복되지 않더라도 M&A를 통한 비용 절감 이점이 훨씬 크다고 본다. 코노코와 콘초는 공동 성명에서 “양사의 원유 생산 비용은 합병 이후 배럴당 30달러 밑으로 내려갈 것”이라며 “2022년까지 연간 5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유럽 정유 업체들은 석유산업에 미래가 없다고 보고, 재생에너지와 저탄소 솔루션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일례로 영국 BP는 8월 “석유 생산량을 종전보다 40% 줄이는 대신 2030년까지 그린에너지에 연간 5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기존 지출 대비 10배 늘어난 것이다.

CNN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부상과 기후변화 위기 의식이 높아짐에 따라 석유산업의 가치 평가가 약해지고 있다며 미국과 유럽의 대조적인 움직임은 ESG 투자자들에게 미국보다 유럽 정유업체를 더 선호하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때 세계 최고 에너지 기업이었던 엑손모빌의 시가총액이 풍력·태양광 에너지 업체인 NEE에 추월당했다고 상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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