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수장들도 문제점 공감
23일로 예정된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놓고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주 열린 정무위 국감에서 여야 의원들이 최근 벌어지고 있는 사모펀드 사태가 현행 금융감독체계 부실이라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현재 금융위와 금감원 감독업무 운영방식이 비효율적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정무위원들이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목소리를 높인 가운데 당사자인 은성수 금융위원회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공감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으로 양분된 현행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해마다 국감에서 논의됐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동력을 잃고 좌초됐다.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만큼 여당이 강도 높게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둘러싼 정관계 의혹을 무마하기 위한 전략 차원에서도 개편 카드가 필요한 상황이다.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선 민주당이 금융감독체계 개편 방향을 제시했다. 유동수 민주당 의원은 “금융위원회 금융산업 정책을 기획재정부로 옮기고 금융감독 기능은 총리실 산하에 금융감독위원회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금융감독의 가장 큰 문제는 감독과 집행이 분리돼 있는 것”이라고도 했다.
금융권에선 여당에서 먼저 금융감독체계 개편론에 불을 지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여야는 금융위와 금감원의 권한을 나눠 실효성 있는 시스템으로 재정비하고, 금융소비자 보호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홍성국 민주당 의원은 13일 금감원 국감에서 사모펀드 손실과 같은 사태를 막으려면 금융위와 금감원이 별도 통합기구를 세워 제재심과 분쟁조정 등 업무를 담당토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최근 금융감독체계 관련 세미나에서 금감원이 정권 간섭 등 외부 영향을 받지 않도록 금융위에서 독립해 독자적 권한을 갖춘 감독기관이 돼야 한다고 했다.
윤 원장은 금감원 예산과 인사 등 권한을 금융위에서 독립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금감원이 금융위 승인 없이는 인력과 예산을 필요할 때 곧바로 확충할 수 없고 금융위 결정에 따라 감독업무를 실행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제때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서다. 윤 원장은 국감에서 “현재 금감원이 갖춘 감독수단은 사실상 제재심밖에 없다”며 “인력과 수단 한계로 ‘칼이 날카롭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개선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감원 직원 역량이 우수한데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방안이 있었으면 한다”며 “의원들이 좋은 의견을 내 달라”고 했다.
은 위원장은 금융감독체계를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정부조직 개편과 함께 살펴봐야 할 것”이라며 “현상태에서 잘하도록 노력하며 금융감독원과 소통하고 시장과 대화해 산업 진흥과 감독 측면에서 조화를 이루겠다”고 말했다.
현행 금융당국 체제는 1998년 재정경제원에서 분리한 금융감독위원회에서 시작됐다.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통합감독 체계 권고에 따라 금융감독위원회가 출범했다. 1999년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 등 4개 감독기관이 합쳐진 금융감독원이 등장했다. 금융정책은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 금융감독은 금감위와 금융감독원이 맡는 방식이었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재정경제부의 금융정책국과 금감위를 합쳐 금융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때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 자리도 분리했다. 금감원은 무자본 특수법인이면서도 감독·검사권을 행사하는 공적 업무를 맡았다. 금감원을 언급할 때 반민반관(半民半官)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금융검찰로 강력한 검사 권한을 갖고 있지만, 상급기관인 금융위에 결정권이 있다. 금융위는 규제 완화와 혁신을 담당하고 금감원은 규제를 담당하다 보니 제도 개선이나 규제개혁을 진행할 때마다 마찰을 빚어야 했다. 금융감독체계 개편 방향의 큰 줄기인 금융위 정책·감독 기능을 어떻게 분리하느냐와 금융위와 금감원을 어떻게 합치느냐가 쟁점이다. 최근에는 금융위를 분리·해체해야 한다는 쪽으로 힘이 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