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디지털치료기기 시장은 몇몇 나라에서 성과를 보여주고 있긴 있지만, 그 어떤 나라도 아직 완벽하게 보여주지 못했다. 그런 만큼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고 있다. 우리나라 IT 기술로 만들어서 한국 의료진의 실력으로 검증하면 해볼 만한 싸움이다."
디지털헬스산업협회 디지털치료기기 전문위원회 위원장이자 디지털치료기기 스타트업 ‘웰트’를 이끄는 강성지(34) 대표는 우리나라 디지털치료기기 시장의 가능성을 이처럼 낙관했다.
글로벌 디지털치료기기 시장은 2017년 미국의 ‘피어 테라퓨틱스’가 중독치료용 앱 ‘리셋(ReSet)’을 개발해 세계 최초로 FDA에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로 허가받으면서 시장을 열었다. 국내에서도 디지털 치료기기에 뒤늦게 뛰어든 스타트업들이 적지 않다. 웰트는 현재 알코올 중독증, 불면증, 근감소증 관련 디지털치료기기를 개발 중이고, 알코올 중독증과 불면증 디지털치료기기는 식약처 임상시험계획 신청을 준비 중이다. 아직 국내에서 디지털치료기기로 허가된 사례는 없지만, 뉴냅스는 뇌손상에 따른 시야장애 치료를 위한 디지털치료기기로 국내 의료기관에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강 대표는 “우리나라의 디지털치료기기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한국의 디지털 역량을 활용하면 다른 나라를 추월할 파워가 충분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IT 기술 강국인 만큼 이를 활용해 디지털바이오마커(디지털 장치 등을 통해 수집되고 측정되는 객관적이고 전략적인 생리학적 행동 데이터)를 발굴하고 진화한 디지털치료기기를 시장에 선보이면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기존 약은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안전성과 효과를 검증해서 시장에 내놨는데 약이 바뀌면 안 되지 않나. 하지만 디지털치료기기는 진화한다. 약을 먹고 치료를 받고 질병의 증상이 변화하는 등 환자의 인지와 행동에 따라 디지털치료기기가 개인에 맞춰 계속 업그레이드하는데 그렇게 되면 치료 성공률도 높아진다”라고 말했다.
그런 만큼 디지털치료기기는 출시 이후부터 ‘진짜 경쟁’이 시작된다. 강 대표는 “임상 후 허가를 받고 출시한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 거기서부터 진짜 시작일 수 있다. 출시 후 디지털바이오마커를 발굴해 환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치료하며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맞춤화로 개발되는 것, 그것이 바로 디지털치료기기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강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강 대표는 디지털치료기기가 식약처의 허가를 받고 의료 현장에서 활발히 사용되기 위해선 ‘경제성’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임상을 할 때 안전성과 유효성뿐 아니라 경제성 지표도 반영해야 한다. 가령 불면증 디지털치료기기라고 하면 기존 약을 먹는 것과 디지털치료기기를 사용했을 때 경제적으로 어떤 게 더 이득인지 판단하고, 이를 기준으로 디지털치료기기의 적정 수가(의료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책정하는 등 건보공단, 심평원과 논의해 수가 체계를 만들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