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1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익률을 보여 온 인프라 투자 사업으로 기금들의 여유 자금을 유입시킬 경우 기금 여유자금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부족한 공공 인프라 투자 재원을 확보하는 두 가지 효과를 모두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이 이 같은 보고서를 내놓은 건 최근 한국을 포함한 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서다. 한국은 7월 '한국판 뉴딜 종합 계획'에서 디지털ㆍ친환경 산업 육성을 위한 인프라 투자를 발표했다.
문제는 재원이다. 김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역시 향후 경제 회복과 인프라 투자 확대가 필요하지만 재정 상태가 급속히 악화되면서 투자 재원 조달에 관한 현실적인 어려움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경기 위축으로 세수가 줄어드는 가운데 경제를 부양하기 위한 지출은 늘어나면서 재정 건전성이 악화하고 있어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예산에만 의존, 인프라를 확충하려 한다면 지속 가능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보고서에선 정부 기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인프라 사업은 재원 조달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정부 기금은 새로운 투자처를 찾을 수 있어서다. 2018년 기준 정부 기금 운용 자산은 1187조 원에 이른다. 그러나 그 수익률은 정기예금금리(1.92%)보다도 낮은 1.23%에 그쳤다. 그에 반해 인프라 사업은 최대 6%대까지 투자 수익률을 보장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정부 기금들의 현재 운용 상황은 적절한 투자 대상이 존재하고 관리 주체들이 이에 투자할 수 있는 법ㆍ제도적 여건만 갖춰진다면 민간자본에 비해 낮은 비용으로 적지 않은 재원을 인프라 사업으로 유입시키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정부 기금의 여유 자금을 다양한 인프라 사업으로 유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아직까지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제도적 공백을 해소할 방안으로 '집합투자기구'를 제시했다. 공공기관이 부동산 신탁 집합투자기구를 설립한 후 인프라 투자를 위한 증권을 발행하면 정부 기금으로 이를 매입하는 방식이다. 공공기관이 집합투자기구를 설립하면 정부 기금에 증권을 매각하는 데 제한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김 연구위원은 “정부 기금의 여유자금을 활용할 경우 민간투자사업에 비해 조달비용이 낮아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노후인프라 등 수익성이 낮지만, 공익적 차원에서 투자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도 투자가 가능해질 수 있는 장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