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지급된 전기차 보조금의 43%를 미국 테슬라가 싹쓸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산업 발전을 고려하지 않은 채 보조금이 지급되며 국민 세금으로 외국 업체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7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1~6월 국내에서 지급된 전기 승용차 보조금은 약 2092억 원이다. 이중 테슬라가 받은 보조금은 약 900억 원(43%)으로 집계된다. 지방자치단체별로 다른 지방 보조금을 500만 원으로 추정해 계산한 결과다.
테슬라는 모델3 출시에 힘입어 지난해 대비 판매량이 7배 늘었고, 그만큼 더 많은 보조금을 가져갔다. 반면, 국산차 업계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에는 각각 643억 원(30.8%), 304억 원(14.6%)이 지급됐다. 양사의 보조금 합산액이 테슬라 혼자 가져간 액수와 맞먹는다.
전기 승합차(버스ㆍ트럭) 시장에서는 중국 업계가 보조금 3분의 1을 가져갔다. 올해 상반기 지급된 전기 승합차 보조금은 약 169억 원인데, 이 중 34%인 59억 원이 중국계 회사에 지급됐다.
업계에서는 외국 업체가 보조금의 상당액을 가져가며 국산 전기차 산업의 발전과 판매 활성화를 발목 잡는다는 우려가 나왔다. 사실상 ‘국부 유출’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일률적으로 보조금을 주는 지금의 방식을 수정해 전비가 우수한 차에 더 많은 보조금을 주거나, 값비싼 차종은 보조금을 줄이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또한, 자국 업계가 역량을 집중하는 차종에 맞게 보조금 정책을 설정하는 유럽 국가를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예컨대, 프랑스는 올해 5월 가격이 저렴한 전기차에 보조금을 더 주는 방식으로 정책을 바꿨는데 이는 르노의 전기차 조에(Zoe) 판매량이 82% 증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기차를 만드는 자국 업체를 고려한 정책이 효과를 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보급은 차량 성능뿐 아니라 보조금 정책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라며 “보조금이 세금으로 지급되고, 프랑스나 독일은 자국 기업에 유리하게 보조금 제도를 만들어가는 점을 고려해 우리 정부도 보조금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