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데이가 18~21대 국회에서 20·30대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 964개를 전수조사한 결과, 청년 관련 법안은 21.2%인 204개에 불과했다. 이 중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46개였다. 이조차 청년들이 보편적으로 겪는 어려움과는 거리가 멀었다. 채용절차 공정화, 교육제도 개편, 중소기업 근로조건 개선 등 실질적 대안보단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 위주였다.
회기별로 보면, 18대 국회에선 김세연 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의원(당시 36세)을 비롯해 30대는 7명이 국회에 입성했다. 하지만 이들이 4년간 발의한 청년 관련 법안은 24개, 이 중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7개에 불과했다. 주로 아동·청소년과 임신부 관련 법안이었다.
19대 국회에선 김광진 전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8명의 20·30대가 배지를 달았다. 입법 성과도 직전 회기보다 우수했다. 이들은 총 423개, 청년과 관련해선 99개의 법안을 발의했다. 이 중 27개 법안이 처리됐다. 다만 특정 의원 쏠림이 심했다. 김 전 의원 혼자 청년발전기본법 등 46개 청년 관련 법안, 총 164개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다만 김 전 의원이 국방위원회 소속이었던 탓에 발의 법안 대부분은 군장병 처우 개선 등에 집중됐다.
20대 국회에선 20·30대 국회의원이 4명에 불과했다. 발의 법안은 283개(청년 관련 63개)로 적지 않았지만, 처리 법안은 12개에 그쳤다. 그나마 20대 국회에선 청년 취업난과 주거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한 청년기본법이 대안 처리됐으나, 8월 5일부터 시행돼 아직 뚜렷한 효과가 없다. 또 실질적 청년 문제 해결보단 문제 해결을 위한 기구 구성의 근거가 주된 내용이다.
20·30대의 국회 진출이 늘어도 청년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는 이들의 청년 대표성 부족이 꼽힌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청년수당 설전’으로 유명한 신보라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의원 당선 전 주된 사회생활 경험이 정당활동이었다. 의정활동도 대부분 정당 이해관계에 치우쳐졌다. 장하나 전 민주통합당 의원은 정당활동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장 전 의원은 의원 시절 공공기관 채용에서 20대를 우대하는 청년고용촉진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이 법안은 ‘30대 역차별’ 논란 끝에 연령상한이 34세로 조정됐다.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청년 정치인들은 청년 대표성이 없다. 대표성이 없다는 건 청년에 대한 고민이 없다는 말”이라며 “진짜 청년의 고민을 대변하고 청년들의 삶을 같이 살며 ‘쟤는 정말 청년의 대표야’라는 지명도를 쌓은 사람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정당은 청년들이 몰라도 스토리가 좋거나 표가 될 만한 후보를 내놓는다”며 “말, 모양, 포장만 청년일 뿐 청년의 고민을 대변할 만한 위치에 없다”고 비판했다.
21대 국회에선 청년 의원이 무려 11명에 달하지만, 이들조차 대표성이 부족하긴 마찬가지다. 최연소로 당선된 류호정(28) 정의당 의원은 선거에서 ‘20대 여성’, ‘해고노동자’란 점을 내세웠다. 4년간의 직장생활을 끝낸 뒤엔 곧바로 정당활동을 시작했다. 장경태(36)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첫 사회생활을 국회의원 비서로 시작했다. 그나마 장 의원은 5월부터 무려 12개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중 11건이 청년 창업을 지원하고, 정치 참여를 확대하는 내용 등이다.
청년 정치인이 청년을 대표하도록 하기 위해선 공천·선거관행 개선뿐 아니라 청년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청년을 위한 정책이 채택되도록 청년 유권자들이 정치적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해야 한다”며 “그 이후에 청년을 대변하는 사람이 부수적으로 따라올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