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되는 기존의 경제활동 방식은 많이 존재한다. 이런 것들이 어느 정도로 문제라고 인식하는지는 구성원이 속한 사회 안에서 결정된다. 즉 똑같은 경제활동 분야라 하더라도 불편과 이에 대한 개선 필요성의 인식은 통념, 문화, 기존 인프라, 사회 상황 등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부동산 시장의 예를 들어보자.
집을 사고파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 어느 문화권에서도 수천 년이 넘게 일어나고 있는 주요 경제활동이다. 이 시장의 주요 매개체가 부동산 중개업인 것도 전 세계가 공유하는 시스템이지만, 이것이 어떻게 디자인되어 있는지는 많이 다르다. 한국은 작은 개인 부동산 중개인들이 이를 담당한다면, 서구에서는 부동산 중개회사들이 중개 자격증을 보유한 사람들을 고용하여 수수료를 회사와 반씩 나눠 갖는 형태이다.
서구에서는 집을 파는 사람이 부담해야 하는 중개 비용이 상당하다. 미국에서 집을 팔 때의 중개비는 집값의 6%인데, 20억 원짜리 아파트를 팔면 1억2000만 원을 수수료로 지불해야 한다. 넓은 땅덩어리에 각각의 집 모양도 상태도 다르고, 가격이 제대로 책정된 건지 언제 팔릴지 얼마나 걸릴지 등등의 심리적 부담을 합한다면, 어떤 이유로든 집을 팔아야 하는 상황은 상당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이런 점을 개선하고자 하는 벤처가 여럿 있었으나, 많은 경우는 인터넷을 이용해 정보를 노출하고 중개업자의 인적 서비스를 줄여 수수료를 줄이는 방법들로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집이라는 것이 사기도 팔기도 만만치 않지만 계약을 하고도 파기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 상황에서, 집을 파는 사람의 수수료를 줄이는 것보다 빠른 시간 내에 확실히 파는 것이 더 중요한 요구사항이기도 하다.
이런 점을 공략하며 부동산 시장에 파고 들어온 것이 2013년 창업한 오픈도어(OpenDoor)라는 벤처이다. 오픈도어를 종종 ‘부동산계의 아마존’이라고 표현하는데 이것이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오픈도어 모델을 서비스가 아닌 아마존이라는 리테일 회사에 비유하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기본적으로 오픈도어는 주택 매매 시장에서 기존보다 약간 낮은 수수료(집값의 6% 대신 5%)를 받고 집을 팔아준다. 여러 가지 차별화된 크고 작은 서비스가 있으나, 이 모델의 가장 혁신적인 점은 집이 30일 내에 팔리는 것을 보장하는 것이다. 만약 30일 이내에 집이 안 팔리면 오픈도어가 그 집을 시장 가격에 사들이는데, 모든 집을 사는 것은 아니고 20만~50만 달러의 집을 거래하고 오픈도어가 산 집은 다시 오픈도어를 통해 되파는 모델이다.
오픈도어가 주택 가격을 시장 가격보다 낮게 책정한다는 비판도 있으나, 많은 경우 조금 덜 받더라도 집을 확실히 팔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다. 더불어 오픈도어는 집이 잘 팔릴 수 있도록 작은 범위의 리모델링, 집 꾸미는 서비스까지 제공하는데, 이를 통해 팔릴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고 안 팔려 오픈도어가 되팔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문제를 줄일 수 있다.
오픈도어의 2019년 매출은 2000억 원이 조금 넘지만, 이들이 받은 펀딩 사이즈는 손정의의 소프트뱅크를 포함해 현재까지 5조 원 정도 된다. 아직 이윤을 내지 못하는 벤처에 좀 과한 펀딩인 듯하기도 하고 이 모델이 얼마나 성공할지는 변수지만, 부동산 매매 시장의 문제를 과감하게 다른 방법으로 접근하는 좋은 예가 된다. 오픈도어가 궁극적으로 성공하지 못한다 하더라고 이들이 제시한 혁신은, 중개라는 경제 활동에 혁신적 모델을 제안하고 발전해 나갈 수 있는 발판을 제공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