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는 2022년부터 액화천연가스(LNG) 개별요금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개별요금제는 현재 일괄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평균요금이 아닌 한국가스공사가 천연가스를 들여오는 광구별로 발전사와 도시가스 업체에 계약하고 각각의 개별요금을 청구하는 것을 말한다.
기존에는 가스공사가 모든 LNG 가격을 평균해 모든 발전소에 같은 가격으로 LNG를 파는 평균요금제를 적용해왔다. 예를 들어 A·B·C 국가로부터 각기 다른 금액으로 천연가스를 들여왔을 때 세 국가의 평균 요금에 마진을 붙여 최종 공급액을 정하는 식이다.
우리나라 천연가스 수입은 과거 가스공사가 독점해 한국전력의 5개 발전 자회사와 포스코에너지, GS EPS 등 26개 발전사에 팔았다. 그러나 호주, 러시아의 가스 생산량이 급증해 공급과잉 시장이 형성되고 가스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자 대규모 발전 사업자의 자가용 천연가스 직수입이 허용되면서 직수입 물량은 2013년 전체 수입량의 3.5%인 141만4000톤에서 2019년 728만 톤으로 급증했다.
결국 직도입 물량 증가로 가스공사의 시장점유를 방어하기 위해 개별요금제를 시행하게 된 셈인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불확실한 상황이다. 기존 가스업체와 발전사들이 가스공사와 대부분 2030년 이후까지 장기계약을 맺고 있는 경우 계약조건에 따라 위약금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각 회사의 입장이 달라 논란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현재 저유가 기조로 유가연동방식으로 계약하는 아시아 LNG는 5달러/mmBTU(‘British thermal unit’) 수준이다. 그러나 과거 고유가 시기에 계약한 물량이 많아 가스공사의 평균 조달 단가는 8달러/mmBTU 수준에 형성돼 있음. 이에 SK E&S, GS는 직도입을 통해 저가 원재료의 수혜를 입어왔으나 개별요금제가 시행되면 이런 수혜가 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가스공사의 연평균 가스 조달 물량 약 3000만 톤 중 2022년 재계약을 해야 하는 오만, 카타르 물량은 892만 톤으로, 약 30%의 물량이 재계약 될 것으로 예상되며 시장 상황을 봤을 때 현 가격보다 저렴하게 계약을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럴 경우 국내 발전시장은 변동비반영 시장이므로 발전사들의 공급과 전력수요가 만나는 점에서의 한계발전단가가 시장가격(SMP, 발전사의 전력판매단가)으로 결정되는데, 저렴한 가스 물량이 시장에 풀려 한계발전단가 자체가 낮아지면 직도입 사업자들의 판매단가도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해 손익에는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유진투자증권 황성현 연구원은 “이미 장기계약을 맺고 있는 업체는 위약금을 물거나 높은 원재료비를 계속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 수혜를 보는 업체는 없을 것”이라며 “전력시장 전체 평균 비용 절감으로 전기요금 인상 명분을 낮추기 위해 개별 업체들의 희생이 불가피한 부분으로, 결국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는 가스공사 외에는 긍정적이라 볼 수 있는 점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달 발간한 ‘2019회계연도 공공기관 결산 위원회별 분석’에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제도 개선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 연구원은 “민자 발전사들의 손익 전망이 불투명하다. 온실가스 규제, 개별요금제의 영향 등 미래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발전사들의 실적과 주가도 재평가가 가능할 것”이라며 관련 기업 중 SK의 목표주가는 35만 원에서 23만 원으로, GS 6만1000원→3만5000원, 삼천리 13만1000원→10만 원, 지역난방공사 8만 원→4만 원으로 수정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