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개월 안에 대사관 폐쇄할 수 있도록 예비 조치 착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는 이라크 내 시아파 민병대가 계속 로켓 공격을 이어갈 경우 바그다드 주재 대사관을 폐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미국과 이라크 정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최근 이라크의 바르함 살리흐 대통령과 무스타타 알카드히미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런 계획을 통보했다.
매튜 튜얼러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도 푸아드 후세인 이라크 재무장관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이런 정책을 지시했다”며 “양국은 새로운 관계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미국 국무부와 이라크 주재 대사관은 언급을 거부했다. 그러나 두 명의 이라크 관리에 따르면 미국 측은 이미 이라크 당국에 앞으로 수개월 안에 이라크 쿠르드족 자치구 중심 도시인 아르빌에 있는 영사관을 유지하는 대신 대사관을 폐쇄할 수 있도록 예비 조치에 착수했다는 것을 통보했다.
한 소식통은 “우리는 미국 대사관이 2~3개월에 걸쳐 점진적으로 폐쇄될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이는 이라크 주둔 미군 철수와 연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라크 당국이 민병대와의 긴장이 고조될 위험에도 미국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단호한 조치를 취한다면 미국이 이런 조치를 번복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관리들과 이라크 현지 언론은 바그다드 대사관이 폐쇄되면 미군은 이란의 옹호를 받는 시아파 민병대에 대한 본격적인 공격에 나설 것이라고 경종을 울렸다.
미국은 2003년 사담 후세인을 축출한 이후 이라크가 중동에서 중요한 파트너로 부상하기를 희망했다. 중무장한 상태의 바그다드 대사관은 바로 그런 열망의 상징이었다.
이에 미국 전직 외교 관리들은 이라크에 대한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 수 있는 트럼프의 방침에 반대하고 있다. 한 관리는 “우리는 이란에 그들이 꿈꿔왔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주게 될 것”이라며 “미국을 이라크에서 내보내는 것이 이란의 주요 전략 목표였다”고 비판했다.
이라크 총리실 대변인도 “대사관 폐쇄 계획은 양국 관계를 흔들려는 불법 세력에 좋은 소식이 될 것”이라며 “미국 정부가 이 계획을 부디 재고해주기를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이라크 바그다드의 미군 기지와 미국 시설은 지난 1월 미군이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을 암살한 이후 민병대의 계속되는 로켓포 공격에 시달렸다.
미국은 2년 전 민병대의 공격에 따른 위험을 이유로 이라크 바스라에 있었던 영사관을 폐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