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테슬라가 향후 3년 내 배터리 원가를 절반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함에 따라 배터리 산업계 전반에 원가 절감 기술 개발 바람이 불 전망이다.
테슬라가 쏘아 올린 배터리 원가 절감 신호탄으로 전기차 시장은 본격적으로 개화할 것으로 기대되며 원가 절감과 혁신 기술을 뒷받침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는 22일(현지시간) 열린 배터리 데이(Battery day)에서 향후 3년 내 배터리 원가 56%를 절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배터리 원가 절감은 △셀 디자인 개선 △셀 공장 개선 △실리콘 음극재 △양극재 및 공정 개선 △배터리 공정 통합 등을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특히, 셀 디자인 측면에서 기존 2170(지름 21㎜ㆍ높이 70㎜) 배터리보다 커진 4680 배터리를 통해 원가를 줄일 예정이다. 이 배터리는 용량은 5배 늘어나고 열 문제는 탭리스 디자인으로 극복할 수 있다.
전기차 가격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로, 배터리 원가가 절감되면 전기차 가격도 내릴 수 있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도 이러한 배터리 원가 절감을 통해 “약 3년 후에는 완전자율주행 전기차를 2만5000달러에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가격은 내연기관차보다 더 저렴한 수준으로, 전기차 시장이 각국의 정책 주도로 성장하는 것이 아닌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며 시장을 본격적으로 확장하기 시작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배터리 가격이 기업의 경쟁력의 척도로 자리 잡게 되면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도 원가 절감에 한층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 왔다. 혁신기술과 원가 절감 없이는 경쟁력이 뒤처질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테슬라가 제시한 3년 내 반값 배터리 출시 계획은 혁신 기술이 아닌 기존 기술의 개선 성격이 큰 만큼 국내 배터리 업체와 자동차 업체들도 유사한 기술 개발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원가 절감은 배터리 산업에서 중요한 화두"라며 "테슬라가 절감 계획을 밝힌 만큼 이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가 값싼 전기차를 내놓을 것이란 예고를 한 만큼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같은 방향성으로 전략을 짤 것"이라며 "이에 배터리 원가 절감은 업계의 중요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테슬라는 반값 배터리 계획과 함께 중장기적인 내재화의 청사진도 제시했다. 이에 국내 기업들의 중장기적인 경쟁력이 상실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테슬라는 4680 배터리 생산능력을 2022년까지 100GWh(기가와트시), 2030년까지 3TWh(테라와트시) 규모의 생산 설비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2022년 제시한 100GWh 규모는 현재 글로벌 시장 1위인 LG화학의 생산능력과 맞먹는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테슬라가 2년 만에 자체 개발한 제조설비와 신규 공정 등을 적용해 대규모의 생산 라인을 구축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테슬라의 내재화 로드맵을 국내 배터리 밸류체인의 역할 축소와 배터리 시장 잠식으로 해석하기보다는 글로벌 완성차 시장 내 전기차 생태계 확장을 더욱 가속하는 계기로 삼으면 될 것이란 설명이다.
김광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테슬라의 내재화 계획은) 상징적 수치일 가능성이 크며 배터리 공급 부족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실제로 일론 머스크는 배터리 데이 행사 중 부족한 배터리 공급능력이 전기차 시장 확대의 걸림돌이 되고 있음을 수차례 언급했다”고 전했다.
또한, 테슬라의 배터리 기술력에 대해서도 국내 기업이 긴장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주민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 가장 우려하는 리튬‧철‧인산(LFP) 배터리와 건식전극을 활용한 배터리의 경쟁력에 대해서는 LG화학도 내년 2분기 고객 대상 샘플 테스트를 준비하고 있다"며 "테슬라만이 건식전극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