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 새 아파트 분양시장이 사실상 문을 닫았다. 내분과 맞소송으로 분양 일정이 기약 없이 미뤄진 단지도 많고, '분양가 상한제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냐'를 놓고 해법을 찾지 못하는 단지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올해 서울 재건축·재개발 알짜단지들의 일반분양은 물 건너 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리얼투데이와 분양업계에 따르면 22일 기준 연내 서울에선 임대아파트를 제외하고 총 2만4550가구가 분양을 앞두고 있다. 총 16개 단지로 일반분양 물량은 1만306가구다. 월별로는 10월 1만8463가구, 11월 3102가구, 12월 2985가구가 분양 예정이다.
강남권 재건축 대어인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1만2032가구)를 비롯해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 및 경남아파트 재건축 단지·총 2971가구), 서초구 '아크로 파크브릿지'(방배6구역 재개발 단지·총 1111가구) 등이 대거 포함돼 있다. 강북권 대단지로는 성북구 장위뉴타운 장위6구역(1637가구)과 이문1구역(2904가구) 등이 분양 예정 단지로 잡혀 있다.
그러나 이들 단지가 실제 분양시장에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예측이다.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현재 2건의 소송에 얽혀 있다. 앞서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원모임은 임시총회를 열어 기존 조합 집행부를 전원 해임한 뒤 직무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 이에 구조합 임원들은 임시총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으로 맞대응한 상태다. 조합 측은 "1차 심리가 열렸던 지난 9일을 기준으로 판결은 한 달 뒤쯤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홍에 휩싸인 탓에 분양가 상한제 적용도 불가피해졌다. 둔촌주공아파트는 상한제 유예기간이었던 지난 7월 28일 이전 분양보증을 신청하면서 상한제는 가까스로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소송전에 따른 일정 지연으로 결국 HUG의 분양보증서 유효기간(2개월) 종료를 눈앞에 두게 됐다. 현대건설 등 시공사 컨소시엄 측은 HUG에 분양보증 연기를 요청했지만 '불가'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효기간이 종료되면 둔촌주공은 다시 분양보증을 받아야 한다.
서초구 '래미안 원펜타스'(신반포15차 재건축 아파트)는 기존 시공사와의 법적 분쟁으로 사업 진행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피할 수 있었던 래미안 원베일리도 HUG 분양가와 상한제 적용 사이에서 이해득실 따지지기에 나서면서 분양 시기를 못잡고 있다.
연내 분양 가능성이 엿보였던 방배6구역도 지난달 조합장 해임 절차 등으로 분양은 내년으로 미뤄지게 됐다.
강북권도 분양 절벽 상태이긴 마찬가지다. 이문1구역은 당초 올해 분양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졌지만 일정상 연내 분양은 어렵다고 보고 있다. 장위10구역도 이주와 철거 절차가 더 남아 있다. 이문동 한 공인중개사는 "이문1구역은 철거가 70%가까이 진행됐지만 일정상 연내 분양은 힘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에선 그나마 내달 강동구 강일지구에서 로또 분양 단지가 나올 예정이다. 분양 가뭄 속 숨통을 틔어줄 전망이지만, 물량이 809가구에 불과해 새 아파트에 대한 청약 예비자들의 목마름을 얼마나 해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결국 연내 분양이 불투명한 단지들을 제외하면 남은 3개월 간 서울에서 나올 분양 물량은 3696가구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10월 1823가구 분양에 이어 11월, 12월 각각 198가구, 1675가구가 예상된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올해 서울 분양시장은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여서 가뭄에 콩 나듯 청약 물량이 나오면 수요가 대거 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