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백신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담합을 벌인 혐의로 국내 대형 제약사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김민형 부장검사)는 지난달 초 독점규제 및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SK디스커버리ㆍ보령바이오파마ㆍ녹십자ㆍ유한양행ㆍ광동제약ㆍ글락소스미스클라인ㆍ한국백신판매 등 7개 제약업체와 관계자 7명을 기소했다.
검찰은 지난해부터 국가 의약품 조달 사업과 관련해 입찰 담합 등 불법 카르텔을 결성해온 것으로 의심되는 업체들에 대한 수사를 벌여왔다. 조달청으로부터 입찰 관련 자료를 넘겨받고 일부 업체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장을 접수하는 등 장기간 내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1월 국가예방접종사업(NIP)과 관련해 의약품 도매업체 대표와 한국백신 대표, 임직원 등 총 10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후 후속 수사를 진행한 검찰은 SK디스커버리 등 업체의 자궁경부암 백신 관련 입찰 담합 사실을 적발하고 기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 1월 백신 입찰 담합 사건의 후속 수사"라고 밝혔다.
이로써 검찰이 지난해 8월 내사로 시작한 국가 조달 백신 제조ㆍ유통 카르텔 사건이 일단락됐다.
서울중앙지법은 재정합의 결정 절차를 거쳐 이 사건을 합의부인 형사25-1부(재판장 김선희 부장판사)에 배당했다. 재정합의는 사건의 속성을 따져본 뒤 판사 1명이 심리하는 단독 재판부 사건을 3명의 판사가 심리하는 합의부로 배당하는 절차다.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대법원 예규는 선례·판례가 없거나 엇갈리는 사건, 사실관계나 쟁점이 복잡한 사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한 사건 등은 재정 합의를 통해 합의부에 배당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재판부는 22일 오후 2시 이들 업체 등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한다.
한편 신생아 결핵 예방백신 공급에서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고가로 팔아 30배 폭리를 취한 한국백신 대표 등 재판은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최모 대표이사와 하모 한국백신 이사, 한국백신은 2016~2018년까지 신생아 NIP 대상인 BCG 백신과 관련해 안전한 '주사형' 대신 30배가량 비싸고 부작용 보도로 매출이 급감한 '도장형' 납품을 위해 독점수입 제약사로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주사형 공급을 차단한 혐의(공정거래법 위반) 등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