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영세 게임업체의 평균 매출액은 약 5억2600만 원이다. 꾸준한 성장을 위해 신입 직원은 1.8명, 경력 직원은 2.4명을 충원해야 한다. 연구개발에도 약 5000만 원을 투입해야 한다. 이 상황에서 구글 인앱 결제 수수료 30%가 부과된다면 꼼짝없이 매출액 중 1억6000만 원이 증발하고 만다. 구글 인앱 결제 수수료·종업원 급여(인건비)·연구개발비만으로 매출액의 73.8%를 지출, 적자를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태희 국민대 글로벌창업벤처대학원장은 21일 개최된 ‘인앱 결제를 강제하려는 구글과 디지털 주권’ 행사에서 위와 같이 분석하며 구글 인앱 결제 수수료가 게임 산업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서 공동 주관, 구글이 디지털 콘텐츠에 부과하려는 30% 수수료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였다.
이날 모인 관계자들은 구글 인앱 결제 수수료가 미칠 영향에 대해 분석했다.
이태희 대학원장은 매출액을 공시하고 있는 상장기업들의 재무제표를 분석, 국내 모바일게임시장의 규모를 약 4조9000억 원으로 추정했다. 구글 인앱 수수료로 약 1조6000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모바일게임 매출 비중이 커질수록 지급해야 하는 인앱 수수료 규모가 상대적으로 커지며, 심한 경우 종업원 급여(인건비)의 약 8배를 구글 인앱 결제 수수료로 지출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글 인앱 결제 정책 변경에 대한 업계 관계자들의 인식조사도 진행됐다.
연구를 맡은 정윤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관련 사업자 60곳에 설문조사를 타진했는데 불이익을 당할까 무섭다고 거절했다. 결국 12곳 담당자들과만 전화 인터뷰를 했다”며 “이와 같은 상황들이 구글의 독점적 지위를 드러낸다”고 말했다.
정 교수의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했다.
인터뷰 결과 업계 관계자들은 구글 인앱 수수료 부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할 수 없고(‘혁신 저해’), 영업이익 손해로 사업자 부담이 가중되며(‘사업자 수익 타격’), 수수료가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것(‘소비자 후생 감소’)이라 우려하고 있었다. 구글 앱 사용자들 또한 향후 국내 기업에 구글이 추가적으로 부당한 요구를 할 것 같다는 질문에 67.1%가 ‘그렇다’라고 응답했다.
발표 이후 구글이 부과하는 과도한 인앱 수수료를 막을 방안에 관한 토론이 이어졌다.
정종채 법무법인 에스엔 변호사는 “구글과 애플의 시장지배력에 대한 이견이 갈릴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 약관규제법에서 구글의 인앱 결제 수수료 부과를 불공정약관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지 검토해야 한”고 대안을 제시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도 “규제 당국이 구글의 인앱 수수료 부과가 용인될 수 있다는 잘못된 사인을 시장이 주지 않아야 한다”며 “공정위 등 규제 당국이 분명한 견해를 밝혀달라”고 주문했다.
이외에도 김준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관 디지털신산업제도과 과장과 진성철 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정책국 통신시장조사과장이 참석, 관계 부처들과 구글 인앱 결제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행사를 주최한 홍정민 민주당 의원은 “현재 구글이 인앱 결제 30% 수수료 부과 방침을 정하고 문제가 터진 다음에야 사후 규제가 가능한 시스템”이라며 “국내 기업들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콘퍼런스에서 나온 정량적, 이론적 근거를 기반으로 대책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