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개인 간 거래(P2P) 금융회사 ‘코리아펀딩’ 사무실을 찾은 A 씨의 말이다. A 씨는 이자를 받기로 한 날짜가 지나 이 회사에 전화를 했지만, 관계자와 연결이 되지 않아 직접 사무실을 찾았다. 누적 대출액 업계 8위 업체인 코리아펀딩은 이날 오후 투자자들에게 투자상품의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알렸다. A 씨는 “평소 연락하던 직원한테 전화하니 ‘없는 번호’라는 안내가 나왔다. (이 회사에) 7600만 원을 투자했다. 직장까지 팽개치고 이렇게 왔을 땐 얼마나 피가 말랐겠냐”며 코리아펀딩의 무책임한 태도에 울분을 토했다.
이날 A 씨와 함께 있던 B 씨 역시 이자가 제때 들어오지 않아 사무실을 찾았다. B 씨는 “8000만 원을 투자했다”며 “대표를 직접 만나 해명을 듣고자 왔다”고 했다. 영업 시작 시간인 오전 9시부터 약 5시간 동안 투자자 10여 명이 이 사무실을 찾았다. 모두 비슷한 이유로 김해동 코리아펀딩 대표를 만나러 왔다. 하지만 이들은 김 대표가 출근할 가능성이 낮다는 회사 관계자의 말에 결국 일터로, 또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코리아펀딩은 뒤늦게 홈페이지에 “대출자와의 적절한 협의를 통해 분할해 원금을 상환하는 구조로 기존 대출금에 대한 회수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형식적인 답변만 내놓은 상황이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P2P 업체를 제도권으로 편입시키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온투법)은 지난달 27일 시행됐으나, 투자자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온투법으로 투자금 모집이 어려워지면서 차주사 대출 연장에 문제가 생겼다는 게 업계의 해명이지만 투자자의 불신은 날로 커지고 있다.
코리아펀딩은 7월 31일 기준 누적 투자액 3397억여 원으로 한국P2P금융협회에 등록된 44개 업체 중 8위다. 연체율 역시 2.4%로 협회에 등록된 회사 평균인 8.83%보다 낮다. 투자자들이 거액을 투자한 것도 이 때문이다. P2P 업계에서 소규모 회사가 아닐뿐더러 연체율 역시 낮아 코리아펀딩을 신뢰했다.
정부가 혁신금융 사례로 야심차게 추진했던 P2P금융이 법적 장치의 부재를 악용해 투자자를 기만하고 시장을 음성화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속이 타는 건 투자자다. 원금 상환이 지연돼 경찰 수사까지 넘겨진 P2P 업체에 투자한 C 씨는 어렵게 취업 관문을 통과한 후 차곡차곡 모은 돈으로 P2P 상품에 투자했다.
C 씨의 결혼 자금이었다. C 씨는 “그나마 안전할 거라고 생각한 상품들에 투자했는데 여러 상품이 동시다발적으로 연체됐다”고 했다. 투자 피해자 간 정보를 공유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팅방에서 활동했던 그는 최근 이 방에서 나왔다. 수백 명이 있는 채팅방에서 나오는 비관적인 말들이 그를 더 힘들게 했다.
이 회사 투자자 50대 D 씨는 담보 제공을 한 상품을 신뢰했다. 투자 초기 은행 예금 이자보다 높은 수익률에 가족까지 끌어들였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몇 백 명이 단체로 피해를 보고 있는데,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는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사기 친 사람들은 다 자기 살길을 찾을 것 같다”고 허탈해했다.
블루문펀드 대표이사 김모 씨는 현재 해외에 잠적한 상태다. 정확한 피해자와 피해 액수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다만 블루문펀드는 4000여 명의 투자자로부터 570억 원대의 투자금을 모은 후 영업을 중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