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세계에서 여전히 ‘기후악당’으로 지목되고 있다. 2016년 영국의 기후변화 전문 미디어 ‘클라이밋 홈 뉴스’는 국제환경단체 기후행동추적(CAT)의 분석을 인용해 사우디아라비아,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와 함께 한국을 ‘기후악당’으로 지목했다.
4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의 위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기후 관련 국제 비정부기구(NGO) 연대체인 기후행동네트워크(CAN)가 ‘제2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5)’에서 발표한 ‘기후변화 대응지수 2020’에 따르면 한국은 61개 중 기후변화대응지수(CCPI)는 58위, 에너지 소비 저감 노력은 61위로 ‘매우 미흡(very low)’한 수준이라고 지적받았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 7위 수준을 기록 중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율이 가장 높고, 석탄발전 비중은 4위지만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하위 두 번째에 머무르고 있다. 실제 한국은 2009년 처음으로 온실가스 배출 목표치를 설정한 이후 한 번도 이를 지킨 적이 없다.
최근 정부는 이 같은 오명을 벗고 저탄소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해 ‘한국판 그린뉴딜’을 내놨다. 2025년까지 약 74조 원을 투자해 도시·공간·생활 인프라의 녹색전환, 저탄소 분산형 에너지 확산, 녹색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이라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를 통해 일자리는 66만 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정작 ‘그린뉴딜’에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명확한 목표는 제시되지 않았다. ‘탄소중립 사회 지향’이라는 문구만 표시됐다. 이 때문에 그린뉴딜은 기후변화 대응과는 상관없이 수소차 확대, 일자리 창출이라는 성장 논리만 가득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사회는 ‘그린뉴딜의 핵심과제는 친환경 모빌리티 확대’에 불과하다고 평가한다. 예산을 투입해 전기차 113만 대, 수소차 23만 대를 보급하겠다는 것이 정부가 내세우는 가장 큰 목표로 보이기도 한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장은 “화석연료로 지탱해온 경제구조와 이를 둘러싼 이해관계에 대해 도전해야 하는데 정부 역시 전통적 경제성장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기후위기 대응에서 정부의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반면 유럽연합(EU)은 이미 지난해 ‘그린 딜’을 통해 2050년 넷제로(Net-Zero)와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1990년 대비 40%에서 50~55%로 상향한다는 구체적 목표를 제시했다.
김선철 기후위기비상행동 집행위원은 "정책에 문제가 있으면 보완 작업을 하는 것이 정상인데 정부는 이전에 짜놓은 틀을 그대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가짜 그린뉴딜로 그린뉴딜의 이미지가 오염되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진정성 있는 그린뉴딜의 동력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