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조선 3사(현대중공업그룹ㆍ삼성중공업ㆍ대우조선해양)가 올해 수주 목표액을 달성할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업황이 악화한 데 따른 영향이다.
이 같은 수주 절벽이 이르면 2년 뒤 구조조정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어 조선업계 종사자들은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1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이날까지 조선 3사의 누적 수주액은 63억3000만 달러로, 올해 목표액(313억1000만 달러)의 20%에 불과하다. 올해 3분의 2가 지난 시점에서도 목표치의 절반도 못 채웠다.
현대중공업그룹(현대중공업ㆍ현대미포조선ㆍ현대삼호중공업)은 41억 달러를 수주하며, 연간 목표치의 26%를 기록했다. 대우조선해양(15억3000만 달러ㆍ21%)은 간신히 20%를 넘었다. 삼성중공업(7억 달러, 8%)은 10%에도 도달하지 못했다.
조선 3사는 모잠비크, 러시아 등에서 진행되는 LNG(액화천연가스) 프로젝트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하지만 LNG선 대량 발주가 언제 이뤄질지 불투명해 조선 3사가 목표치를 채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조선 3사의 수주 부진은 예견된 일이었다. 코로나19 여파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선주들이 선박 주문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8월 글로벌 누계 수주는 812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작년 같은 기간(1747만CGT)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실제 조선사들은 코로나19로 선주와 제대로 된 논의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온라인 등을 통해 수주가 이뤄진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신기술이 적용된 선박의 경우 선주들이 기술적 부문에 의심을 가질 수 있는 만큼 업체들이 직접 만나 설득하는 게 효과적이다.
문제는 수주 절벽이 2~3년 뒤 일감 부족 사태를 일으킬 수 있다. 선주와 계약 이후 설계, 원자재 구매 등 선박 건조 준비 기간이 2년 정도 걸린다.
전례 또한 있다. 2016년 수주 절벽 사태를 겪었던 우리나라 조선사들은 재작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당시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은 일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조선 3사의 수주 잔액은 점점 내려가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조선 3사의 수주 잔액은 약 42조 원이다. 지난해 말(약 50조 원)과 비교했을 때 약 16% 감소했다.
한국수출입은행 양종서 선임연구원은 5월 보고서를 통해 “장기간으로 운영되는 선박 수요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조선사들은 위기 대응책 수립에 있어서 장기적으로 불균형한 일감 배분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깊게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