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경제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면서 소비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특히 ‘나 홀로 호황’을 구가하던 백화점들이 지난 9월에 이어 10월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면서 소비 위축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11일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백화점들은 명품 등 일부 고가제품 매출에 의한 소폭 상승세는 이어가고 있지만 사실상 정체 상태다.
지난 10월 백화점 매출은 명품, 등산용품 등 일부 기능성 제품이 전체 매출 상승을 이끈 반면 나머지 제품은 지난해 수준을 크게 밑돌았다.
백화점 관계자는 "경기가 워낙 안좋다 보니 중산층의 발길이 끊겼다"며 "그나마 부유층의 명품 소비가 백화점 매출을 이끌고 있다"고 밝혔다.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으면서 백화점 3사는 '생일 감사 잔치'를 명분으로 정기세일을 능가하는 연중 최대 할인행사를 펼쳤다. 또 손님의 발길 자체가 뜸해지면서 '공짜 마케팅'을 통해 고객 모으기에 한창이다 .
백화점 세일이 워낙 길어지다 보니 소위 '정상가'의 의미는 점차 퇴색하는 분위기다.
롯데ㆍ현대ㆍ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들은 지난 9일까지 일제히 '생일 맞이' 특별세일에 나섰다. 백화점 3사들은 모두 같은 기간 동안 '창립' '창사' '개점' 등의 이름으로 연중 최대 규모의 할인행사를 진행했다.
백화점들은 "백화점 설립을 기념해 고객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행사였다"고 밝혔지만 재고 소진을 통해 조금이라도 매출을 올리기 위한 고육지책이 측면이 강하다.
롯데백화점은 '창립 29주년 축하 페스티벌' 행사에서 100억원대의 기획상품을 최고 80%까지 할인 판매하는 '100억 초특가 특종상품전'을 펼쳤다.
또 브랜드 제품을 정상가 대비 50% 이상 할인해주는 '창립 공동기획 상품전'은 물론, 구매금액의 5%를 상품권으로 돌려주는 서비스도 제공했다.
현대백화점은 '창사 37주년 축하 상품전'을 열어 와인과 미술품 할인판매, 상품권 증정 등의 행사를 대대적으로 벌였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같은 기간 '개점 78주년 사은 대축제'라는 이름의 대규모 사은행사를 진행했다.
백화점 관계자는 "어쩔 수 없이 세일 행사를 진행했다"며 "가뜩이나 손님 발길이 뜸한데 있던 손님마저 빼앗길 수는 없지 않냐"고 반문한다.
주로 대형마트에서 손님을 끌기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펼치던 '가격파괴' 행사에도 적극적이다.
소비심리 위축으로 정상 가격으로는 손님 끌기가 어려워진 업체들이 특정 품목을 대폭 할인해 손님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한때 고급주류로 대접받았던 와인이 대표적이다. 현대백화점 부산점은 재고를 덜고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50% 이상 할인된 가격에 '창고대방출' 행사를 벌였다.
롯데백화점 역시 창립기념 와인박람회를 열었는데 최고 80% 가격 할인은 물론 한정상품으로 1000~5000원의 초저가 와인도 선보였다.
김장철 주부를 겨냥한 포기당 800원짜리 배추도 등장했다.
현대백화점 경인 지역 7개 지점은 오는 16일까지 '김장재료 특가전'을 열고 배추·고춧가루 등을 20∼60% 싸게 판다. 특히 11∼13일에는 전북 고창산 배추를 60% 싼 포기당 800원에 하루 1000포기씩 내놓는다.
이창현 야채바이어는 “배추 재배 면적이 늘고 작황이 좋아 현지 시세가 지난해보다 40% 이상 낮게 형성됐다”고 밝혔다.
'가격파괴'를 넘어 아예 '공짜 마케팅'을 통해 손님 끌기에 적극적인 백화점들도 있다.
현대백화점은 고객 서비스로 옥상공원이나 각 점포 정문앞에서 무료 커피 증정 행사를 하고 있다. 또 무료 문화공연도 선보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대학생들에게는 무료 공연의 기회를 주고 고객에게는 무료 관람의 기회를 주기 위해 서울 본점 10층 공연장을 활용하고 있다.
또 지난 4월부터 실시하고 있는 '뜨는 상품 무료증정' 행사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의 '한율 한방화장품'과 '려 한방샴푸'등을 모두 2만8000명의 고객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아이파크백화점은 고객상담실과 백화점 각 매장에 두통약이나 해열제, 소화제, 파스 등을 비치해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또 유아휴게실에서는 무료로 제공하는 기저귀나 분유는 인기를 끌면서 지난해보다 40% 급증했다.
이봉우 아이파크백화점 마케팅실장은 “공짜 서비스가 기업에 부담이 되긴 하지만 향후 상품 구매로 이어질 수 있어 관련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